[CEO인앤아웃] 'ESG 전도사' 최태원 SK 회장, 재계 대변인 되나

이한듬 기자 2021. 1. 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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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한상의 회장 확실시.. 정부와 소통창구 역할 기대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의 차기 회장에 올라 재계의 대변인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18만 회원사를 아우르는 대한상의는 현 정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 파트너이자 대표 소통창구로 거듭난 단체로 향후 최 회장이 재계 수장으로서 보여줄 역할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4대 그룹 총수 첫 상의 회장 선임



재계에 따르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최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울상공회의소는 다음 달 초 회장단 회의를 열고 최 회장을 단독 추대할 예정이다. 통상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임하는 만큼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된다.

이로써 최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최초로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게 된다. 역대 SK그룹 오너 중에서도 대한상의 회장 배출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최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재계 대표로 활동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다른 경제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을 모티브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모여 설립한 민간 경제단체이다. 전경련에서 파생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문제만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됐다. 전경련과 경총은 그동안 경영계 중에서도 특히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반면 대한상의는 ‘상공회의소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법정 민간경제단체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등을 회원사로 보유해 다양한 입장을 폭넓게 아우른다. 현 정부에서 단체의 위상도 급속도로 커졌다. 박용만 회장 체제에서 대·중소기업의 상생에 앞장서고 대기업의 기득권을 탈피해 사회통합에 매진하는 노력을 보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상의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진정한 대표단체”라며 정부의 공식적인 경제정책 파트너로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4대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대한상의 수장을 맡게 되면 단체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의 수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재계와 사회, 재계와 정부를 잇는 조율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 회장은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 회장은 수년 전부터 ‘사회적 책임’ 전도사를 자처해왔기 때문이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사회의 시민’으로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평소 최 회장의 지론이다.

/사진=이한듬 기자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전망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SK가 성장한 것은 우리만 잘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허락한 기회와 응원 덕분”이라며 “사회 문제로부터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사회 전체에 행복을 더할 기업의 모습이 무엇일지 앞으로 계속 고민해 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최 회장이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최 회장은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ESG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 회장은 “기업이 친환경 사업·사회적 가치(SV) 창출·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가속화하는 것이 환경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의 사회적 가치 축제인 ‘SOVAC’도 최 회장의 제안에서 탄생한 것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각계각층의 아이디어를 한데 모으려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마련된 소통과 연결의 장이다. 2019년 첫 행사 이후 지난해에도 개최됐으며 사회문제 해결의 대표 플랫폼으로 안착했다.

이처럼 사회현안과 문제 해결에 남다른 통찰력과 경험을 보유한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 이후 박용만 회장이 역점을 뒀던 사회통합 작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마련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조율하는 데도 수완을 발휘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의 모임을 주도해 친목을 도모하는 동시에 경제계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등 모임 내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수차례 이뤄졌던 총수 모임도 최 회장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제도 있다. 현재 경제계는 정부의 잇단 규제입법으로 인해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정부와의 소통에서 양측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기까지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최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공식적인 추대에 앞서 현재 회장단에 소속돼 있는 장동현 SK 사장이 빠지고 최 회장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최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으로 추대된 뒤 다음달 말 정기총회와 임시의원총회 등을 거쳐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출될 예정이다.

☞프로필
▲1960년 경기도 수원 출생 ▲1979년 신일고등학교 ▲1983년 고려대학교 물리학 학사 ▲1987년 시카고대학교 경제학 학사 ▲1992년 선경 경영기획실 부장 ▲1996년 선경 상무이사 ▲1997년 SK종합기획실장 대표이사 부사장(1997년) ▲1998년 SK 대표이사 회장 ▲2005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 회장 ▲2016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회장 ▲2016년 SK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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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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