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신 이런 일 없어야", 이 정권이 말할 자격 있나

2021. 1. 1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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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형 확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징역 20년형이 확정되자 청와대가 “전직 대통령이 복역하게 된 불행한 사건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어김없이 거듭되는 전직 대통령의 불행은 온 국민을 참담하게 한다.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말이 백번 맞는다. 그러나 과연 이 정권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4년여 전 전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열망에 따라 탄생한 것이 문재인 정부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게 나라냐는 국민들의 질문에서 새로 시작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했다. 입만 열면 ‘촛불 혁명'의 후계자임을 자처했고, 전 정권이 쌓아 놓은 적폐를 쓸어내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공정 평등 정의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벌어진 온갖 불법·탈법과 상식을 벗어난 권력 폭주는 이제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지경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여당 공천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문 정권에선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 시장에 당선시키려 청와대가 총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야당 후보의 비위 첩보를 경찰에 넘겨 수사를 시작하게 했고,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등 1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40번 가까이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문 대통령을 ‘형’이라고 부른 유재수씨가 뇌물을 받고도 감찰을 피해 영전까지 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민정비서관이 ‘우리 편이니 봐줘야 한다’고 하는 등 유씨 구명에 정권 실세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신라젠·라임·옵티머스 사건에 실세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권은 증권범죄합수단을 없애버렸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은 “월성 원전은 언제 폐쇄되느냐”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산자부 장관은 “너 죽을래” 하고 협박까지 하면서 공무원들을 조작으로 내몰았고, 공무원들은 야밤에 사무실에 들어가 증거를 인멸하는 전대미문의 짓까지 저질렀다.

문 대통령은 이런 사건들을 수사하는 검찰팀을 인사권을 이용해 공중분해시켰다. 피의자가 수사관을 잘라내는 초유의 직권남용이다. 사기꾼들의 일방적 폭로를 근거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위법 감찰을 하고 엉터리 징계를 했지만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 과정 전체가 국정 농단 그 자체다. 검찰 총장 찍어내기가 실패하자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없애고 정권의 국정 농단을 비호하는 공수처를 서둘러 만들었다. 국민의 상식을 깔아뭉개 가며 파렴치 인물을 비호하고,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엽기 살인 만행을 저질렀는데 대통령의 행적은 의문투성이다.

문 정부의 불법·탈법 사례는 드러난 것만도 이 정도다. 이것만으로도 전 정부의 국정 농단을 능가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해놓고 뒤돌아서 ‘이런 일’을 되풀이해온 것이다. 제대로 규명하고 밝히면 정권 비리의 전모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전 정권 수사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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