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오광수 시인·대중문화평론가 2021. 1. 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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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뒤 돼지고기, 파, 생강, 양파, 호박 다진 것을 넣고 볶는다. 기호에 따라 마늘 또는 해산물을 넣어도 좋다. 여기에 춘장과 술을 첨가하여 잘 개어 볶고 끓인다. 고명으로 오이채, 달걀지단채, 삶은 새우 등을 준비한다. 삶은 면 위에 짜장을 올리고 고명을 얹은 뒤 잘 비벼 먹는다. 이때 단무지와 양파를 곁들여 먹어도 좋다.’

‘짜장면(炸醬麵)’ 조리법이다. 읽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졸업식이 끝나면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었다. 한때 짜장면은 우리에게 선망의 음식이었다. 박진영이 만들고, god가 부른 ‘어머님께’는 이들 신인 그룹을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린 노래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끓여 먹었던 라면…/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짜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슬프면서도 가슴 뭉클한 힙합풍의 이 노래는 외환위기로 모두가 힘들던 1998년 발표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god의 10~20대 팬들뿐 아니라 30~40대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이 노래를 좋아했다. 짜장면에 얽힌 얘깃거리 하나씩은 다 갖고 있던 시절이다. 누군가는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목놓아 울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god는 세련된 아이돌 그룹이 아니었음에도 휴먼그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 노래는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1996년 사망한 래퍼 투팍 샤커의 노래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다시 졸업 시즌이다. 요즘에야 짜장면이 아니더라도 너무나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니 졸업식을 마치고 중국집으로 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비대면 시대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기에 마음 놓고 모여 앉아 짜장면을 먹을 수 없어서 안타깝다.

오광수 시인·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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