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창백한 푸른 점'의 이웃들[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
코로나19 이전의 삶에서 무엇이 그리우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꼽는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일상과 떨어져 내가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11호의 승선 우주인 3명 중 한 명인 마이클 콜린스는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서 걷고 있을 때 모함에서 달 상공을 돌고 있었다. 해외여행을 넘어 우주여행 중이었던 그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착륙 후 인터뷰를 통해, 머나먼 달에서 지구를 본 소회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멀리서 본 지구는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파란색의 바다와 하얀색의 구름만 보였죠. 달 상공에서 지구는 정말 작게 보였습니다. 팔을 뻗어 보면 엄지손톱에 겨우 걸릴 정도의 크기였지요. 지구에 있었을 때 지구는 크고 강인한 행성으로 보였지만,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곧 깨질 것만 같이 연약해 보였습니다.” 이후 달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깨질 것 같은 지구 (Fragile Earth)’로 부르기 시작했다.
1960년대는 미국 내에서 환경운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은 단순히 지역적인 오염의 문제가 아닌 지구 시스템의 균형을 깰 수도 있다는 위기감, 즉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1970년 4월 22일이 ‘지구의 날’로 지정되어 미국 전역에서 2000만 명이 행진에 참여했다. 인류 과학기술의 업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달 착륙 현장에서 인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그리고 이에 의존하고 있는 인간들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확인한 것이다.
이후 시간이 흘러 1990년 2월 14일 지구에서 6억 km(지구와 달의 거리의 2만3000배) 떨어진 곳에서 보이저 1호 위성은 태양계 행성의 사진을 보내왔다. 이 사진에서 지구는 자세히 봐야만 겨우 보일 정도로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인다. 태양 빛이 지구의 대기와의 산란에서 생기는 푸른색의 빛과 구름에 반사된 하얀 태양광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작고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지구를 대중에게 소개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한탄했다. 깜깜한 우주에 홀로 떠있는 이 창백한 작은 점에 사는 인류가 서로 돕지는 못할망정 반목하고 미워하며, 전쟁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칼 세이건은 이렇게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인식시켜 주는 천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이야기했다. 위성이 보낸 사진 한 장을 통해 인류가 서로에게 더 친절해져야 할 의무감과 지구를 아껴야 한다는 다짐을 북돋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학 연구의 사회적 기여는 단순히 경제가치 산출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도 ‘미세먼지’ ‘지구온난화’라는 단어를 일상 대화에서 종종 사용할 정도로 대기환경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좋은 시작이지만 또 너무 일상에 가까이 있어 마이클 콜린스나 칼 세이건이 처음 우주에서 지구의 모습을 관찰했을 때의 충격은 무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인터넷으로 ‘창백한 푸른 점’을 찾아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보길 바란다. 이 작은 점에 78억 명이 살고 있다. 나라는 개인이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로 생각될 수 있지만, 이렇게 깨질 것 같은 창백한 푸른 점 지구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서로에게 좀 더 친절할 때 더 오래 인류를 지탱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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