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트럼프의 4년이 남긴 것
재임 내내 거짓말·분열 조장
대선 패배 인정 않고 분노 선동
두 번 탄핵 대통령 불명예 안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이틀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는 언제나 거짓이나 과장이 담겼다. 미 월스트리트의 기업가와 워싱턴 정치인들에게 반감이 상당한 이들의 지지를 얻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작은 거짓말’ 정도는 해도 상관없다고 여겼을 수 있다. 지지자들이 분노할 수 있도록 상대방을 향해 막말을 일삼고, 과장과 허위를 곁들인 먹잇감을 끊임없이 던져주었다.
그의 거짓말 내지 과장은 2016년 대선 후보 시절 때부터 유명했다. ‘9·11 테러 당시 미국의 무슬림 수천명이 환호하는 것을 봤다’거나 ‘미국에서 살해당한 백인의 81%가 흑인에게 당했다’는 등 사회를 갈라놓을 만한 말을 서슴없이 늘어놨다. 설령 그런 일이 사실이더라도 나라를 하나로 보듬어야 하는 지도자로서 오히려 입을 닫고 해결책을 고민했어야 할 얘기만 산더미다. 그 결과 저소득·저학력 백인 남성의 압도적 지지를 끌어내며 백악관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지낸 4년 동안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취임 초부터 미 주류 언론들과 갈등하더니 급기야 서로 등을 돌린 지 몇 해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연설에서 거짓을 추려내 강조했고, 분기·반기·연간 트럼프의 거짓말이 몇 건이었는지를 기사화했다. 때론 미 언론의 비판이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역시 트럼프’라며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기억에 미 언론의 과잉 비판은 쉽게 묻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들이 지나온 길을 지우고, 새 길을 만들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자식을 외교 전면에 내세우고, 자기가 소유한 리조트나 호텔에서 회담을 하거나 외국 사절단이 숙박하도록 했다. 미 국민에게 일자리를 되돌려주겠다면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 폐지를 압박하는 등 미국을 지탱해 온 이민자를 미국 밖으로 내몰았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라서 반발이 거셌지만, 어느 순간 ‘트럼프는 그런 사람이니까’라며 비판에 인색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지층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기에 재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을 더 얻지 못하게 된 결정적 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고 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미 국민 앞에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면,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일 때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중국 탓을 하기보다 삶이 힘겨운 국민을 먼저 걱정하고 위로했다면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외치며 지지자들의 분노 수치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선거가 끝난 뒤 박빙의 승부 끝에 승패가 갈린 주에서 60건 이상의 소송을 이어가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동맹국도 인정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무시하고 순조로운 권력 이양에 협조하지 않았다.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의 의회 의사당이 폭도들에게 유린당하고 5명이 희생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 앞에 서서 선거를 뒤집자면서 의회 행진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가결된 것은 당연하다. 이례적으로 공화당 의원 10명이 탄핵에 찬성한 것은 의회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 이후 상원에서 탄핵심판을 이어갈지, 최종 결과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을 두 동강 내고 두 번 탄핵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정재영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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