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선 도전자..또 다른 정상 향해 또 한 번 올라간다"

제주 | 황민국 기자 2021. 1. 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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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부로 이끈 '승격 청부사' 남기일 감독

[경향신문]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17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클럽하우스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1부리그 도전 각오를 밝힌 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현역 땐 ‘박사 선수’, 지도자로는 사령탑 세대 교체 바람의 ‘주인공’
1부 광주 감독 때 최고 성적 8위…‘이번엔 못했던 일 이룬다’ 각오
“단숨에 전북·울산과 우승경쟁은 힘들지만 긴 호흡으로 도전할 것”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47)의 하루는 새벽녘 산책으로 시작된다. 서귀포 바닷가를 자박자박 걸으며 하루를 미리 준비하는 게 겨우내 일상이 됐다. 그가 잠도 줄이면서 전보다 두어 시간 서둘러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그만큼 새해 목표가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승격 청부사’로 불리는 남 감독은 아직 정복하지 못한 K리그1(1부)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다.

남 감독은 17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클럽하우스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해 제주를 맡아 2부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올해는 또 다른 정상을 향해 나아갈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역 시절 ‘박사 선수’로 불렸던 남 감독은 사령탑 세대 교체 바람을 일으킨 인물이다. 30대였던 2013년 광주FC에서 처음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아 이듬해 승격의 기쁨을 누렸고, 2018년에는 성남FC를 재차 1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제주에서 K리그2 우승으로 또 한 번의 팀 승격을 이루면서 지도자로 첫 우승과 함께 최다 승격 사령탑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남기일 제주 감독이 지난해 11월1일 K리그2 우승을 확정짓고 헹가래를 받고 있는 모습(위 사진)과 11월30일 K리그2 감독상을 받는 장면. 프로축구연맹 제공

남 감독은 이미 흘러간 영광을 잊고 고독한 도전자로 다시 자신을 다그치고 있다. 그는 “과거 내가 맡았던 팀들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룬 것은 사실이다. 분명히 2부에선 성과를 냈다. 그래서 제주가 날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1부에선 아직 크게 보여준 부분이 많지 않다. 지금의 난 아직 도전자”라고 말했다.

남 감독의 각오는 과거 자신의 성적표에서 나왔다. 매번 압도적인 성적으로 승격의 기쁨을 누렸던 2부와 달리 1부에서 최고 성적은 광주 시절(2016년)의 8위. 승패만 따져도 승리가 더 많았던 2부(61승30무28패)와 달리 1부(37승42무60패)에선 패배가 더 많았다. 당시를 떠올린 남 감독은 “아깝게 파이널라운드 A(1~6위)를 놓친 8위였다. 잠시 반짝였을 뿐 압도하지 못해 나온 결과”라면서 “제주에선 광주와 성남에서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 감독은 우승이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 같은 구체적인 목표는 말하지 않았지만 결국, ‘정상’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갈망을 드러냈다. 현실적으로 제주가 전북과 울산 같은 강호를 물리치고 단숨에 1부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긴 호흡으로 도전하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남 감독의 야심과 달리 올겨울 제주의 전력 보강은 순탄치 않다. 중국 선전FC에서 데려온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송주훈이 아직 유일한 외부 영입이다. 또 다른 승격팀 수원FC가 굵직한 선수들을 한꺼번에 데려온 것과 비교된다. 남 감독은 “기존 선수들을 잘 지키는 것도 또 다른 영입”이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2부에서 어렵게 올라왔다. 고생한 선수들에게 1부에서 뛰는 기회를 주고 싶었고, 감독인 나와 같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남 감독이 1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력 보강에서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2년 연속 시즌이 끝날 때 경기장을 찾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든든한 지원 아래 최전방 공격수와 왼쪽 윙어 등 외국인 선수들을 찾고 있다. 남 감독은 “국내외에서 좋은 선수를 찾다보니 시간이 조금 걸렸다”면서 “이르면 이번주 내로는 영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감독은 전력 보강을 마친다면 목포로 떠나 선수들과 1부에 적응하는 단계를 밟을 계획이다. 분명 1부는 2부와 비교해 기술과 스피드 등 수준이 다르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제주는 연고지가 섬이라는 특성상 원정에 따른 이동 거리로 선수단이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다행히 올해는 교체 가능한 선수 숫자가 3명에서 5명으로 늘었기에 지도자로 움직일 폭이 커졌다. 남 감독이 새벽마다 시간을 쪼개면서 선수단 운영의 묘책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 감독은 “올해는 전반에 나가는 선수와 후반에 나가는 선수를 유기적으로 써보려고 한다. 결국 교체는 타이밍의 싸움”이라면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개막까지 노력하겠다. 도전자로 돌아올 제주와 나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제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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