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제보자X' 증인 채택 결국 불발

박은하·유설희 기자 2021. 1. 1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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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소재 파악 못해"..진술조서만 증거로 채택
'추·윤 갈등' 도화선 된 사건 실체, 재판서 확인 난망

[경향신문]

‘제보자X’란 이름으로 ‘검·언 유착’ 의혹을 폭로한 지모씨의 법정 증인 채택이 끝내 불발됐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지씨의 증언을 듣는 것을 포기하고 검찰이 제출한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지는 미지수이다. 지난해 ‘추·윤 갈등’의 도화선이 됐던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실체를 재판 과정에서 확인하기는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등의 공판기일을 열고 지모씨에 대한 소재조사촉탁(경찰에 증인의 소재를 조사해달라고 위임하는 절차) 결과를 공개했다. 재판부는 “지씨가 현 주거지에 거주하지 않고 월세도 안 내는 상황”이라며 “지씨를 찾을 수 없고 소재파악이 힘들어 형사소송법 314조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314조는 증인이 사망, 질병, 해외거주,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법정에 출석해 진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서나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우리는 (증거 채택에) 불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에서 작성된 지씨의 피해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지씨는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과 모의해 무리하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내려 했다고 MBC에 최초 제보한 인물이다. 지씨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하면서 이 전 기자를 만나기 전에 MBC 관계자와 먼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검·언 유착 의혹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MBC는 지씨와 접촉한 이는 기자가 아니라 PD라며 기획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 전 기자 강요미수의 피해자인 이철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6일 이 전 기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기자의 협박성 취재 내용 상당 부분을 지씨에게 전해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대표는 “지씨와 이동재가 계속 만나고 있는지 제가 잘 알지 못하고 어떤 내용의 교감이 있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에 이 전 기자 측은 지씨의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씨가 이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이 전 대표가 전달받았다고 증언한 내용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재판부는 지씨에게 5차례 증인 출석을 요구했지만 지씨는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지씨는 재판부에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 검사장이 기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의 증인 출석이 피고인들과 혐의자들에게 은폐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씨의 진술이 담긴 검찰 조서가 증거로 채택됐지만 재판부가 신빙성 있게 볼지는 미지수다. 이 전 기자 측 주진우 변호사는 “판례상 증인이 고의로 출석을 회피하는 경우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기자 측은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하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증언을 거부하면 그 참고인의 검찰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든다. 이 전 기자 측은 지씨가 위증죄 처벌을 피하려고 법정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고 본다. 주 변호사는 통화에서 “거짓 발언 때문에 (증인으로) 안 나온 사람의 일방적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핵심 증인들이 잇달아 불출석하면서 이 재판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마지막 증인인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작성자 강모 채널 A기자도 증인신문에 계속 불출석해 검찰이 소재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27일에 열린다.

다음달이면 이 전 기자의 구속시한 6개월이 만료된다. 검찰 수사는 한 검사장의 강요미수 공모 의혹에 대해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7월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측근인 한 검사장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이 사건에서 배제시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2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언급하면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법원이 (제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박은하·유설희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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