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 연장에 "지원금 아닌 손실보상금 달라" 요구 확산
"공익 위한 영업 포기 보상" 공감대..정부 책임 묻는 소송도
[경향신문]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달 말까지 연장되며 생계난에 내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영업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의 집합금지·운영제한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방역조치로 야기된 피해인 만큼 ‘시혜’가 아닌 ‘권리’로 재난 보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현행 거리 두기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2주 연장되면서 지난달 8일 시작된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 조치는 50일 넘게 이어지게 됐다. 설 명절 연휴까지 방역 대응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많다. 강도 높은 방역조치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노래연습장과 학원·실내체육시설 등에 일부 규제가 완화됐지만, 현장의 불만은 여전하다. 유흥시설을 제외한 집합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시설면적 8㎡당 1명의 이용인원 제한 등으로 영업을 허용했지만 수입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오후 9시 등 영업시간을 통제하거나 면적당 인원으로 손님 수에 제한을 걸면서 노래연습장·헬스장 등 집합금지의 직격탄을 맞았던 업종들은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오후 9시까지로 시간 제한을 두면 학생들이 그 시간대에 더 몰릴 것”이라며 “운영시간을 오후 10시까지 늘려주길 바랐는데 기대가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3차례 대유행을 거치며 누적된 피해와 한계까지 온 인내심은 ‘재난 지원으로는 턱도 없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억제라는 ‘공공 이익’을 위해 영업 강행이라는 ‘사적 이익’을 포기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 중이다.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국가가 도와야 한다는 ‘시혜 관점’이 지배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국가 결정에 따른 손실을 자영업자의 영업권을 침해당한 것으로 보는 ‘권리 관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3차까지 모두 받아야 1000만원도 안 되는 재난지원금’에서 ‘영업제한으로 생긴 피해를 충당할 손실보상금’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책임을 묻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코인노래방협회는 18일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고 감염병예방법에 손실보상을 규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로 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지난 14일 정부를 상대로 1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수도권의 학원 원장들, 필라테스·피트니스 종사자들도 지난달 소송에 뛰어들었다. 호프집·PC방 등 집합금지 업종에 종사하는 업주들도 지난 5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정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2월 국회 입법 완료를 목표로 해법 마련에 착수했다. 코로나19 피해를 보상하는 ‘소상공인 구제 특별법’이나 ‘감염병예방법’ 등 방역당국 조치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시한 관련 법안들이 제출된 상태다. 최근에는 이익공유제, 지역상생재난기금, 미국식 PPP(Pay Protection Program)까지 제안됐다. PPP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고용 유지를 위해 도입한 제도로, 사업주에게 인건비·임차료 등을 무담보 대출해주고 고용을 유지하면 이를 탕감해주는 제도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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