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운 떼자마자..경제단체, 앞다퉈 "반대"

정환보 기자 2021. 1.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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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밑그림'도 없는데
"주주의 권리 침해 부작용"
전경련 등 성급한 입장 내

[경향신문]

여권이 검토하고 있는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경제단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영업이익이 급증한 개별 기업들은 반응을 자제하는 가운데, 재계나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앞장서 ‘반대 논리’를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익공유제는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지 않은 초기 단계여서 제도 설계가 본격화할수록 논쟁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7일 ‘이익공유제의 5가지 쟁점’ 자료를 발표하며 “이익공유제 논의로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정치권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정리한 쟁점 모두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내용들이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출한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운을 띄운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코로나로 이익을 본 기업이 이익 일부를 기여해 피해가 심각한 업종 등을 돕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 얼마나 이익을 나눌지 등에 대해서는 여권 내부에서도 백가쟁명식 언급이 나오고 있는 단계다.

전경련이 주장하는 쟁점의 핵심은 ‘코로나19로 이익을 올렸는지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과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거론되는 반도체·가전, 플랫폼·비대면 기업들의 경우 “그동안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에 들인 기간과 비용 등을 무시한 채 코로나 특수만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또 기업 이익을 임의로 나눌 경우 경영진이 처벌받을 수 있고, 외국 기업에 적용되지 않는 ‘역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결국 개별 기업의 이익이 강제로 배분될 경우 ‘기업 혁신과 성장성이 저해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도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지난 14일 “향후 생겨날 수 있는 여러 논란과 갈등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논란 확산 과정에서 업체들 간의 협력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역시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이익이나 업체별 기여도 계산의 어려움을 주된 반대 이유로 꼽았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도 “이익공유제는 시장경제 논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이익을 나눠야 한다면 기술이나 연구·개발 투자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어 세계 시장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경제단체들의 잇따른 ‘반대’ 입장 표명이 성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떻게 나누자는 방안이 나온 것도 아닌데 개별 기업의 자발적 동참에까지 ‘반시장적’이란 낙인을 찍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무더기로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한 ‘뒤끝’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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