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지연전' 안철수 '선점전'..지지층이 후보를 이끈다

구혜영 선임기자 입력 2021. 1. 17. 20:17 수정 2021. 1. 1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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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영선 장관, 안철수 대표
‘대선 전초전·심판론’ 등 이전 서울시장 선거와 달라진 보선
박영선 출마 지연 배경에 여당 지지층 파악·제어 시간 벌기
안철수도 야권 지지층 요구 반영 전략…결국 중도층이 관건

‘저류가 주도하는 선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기존 공식과 달라졌다. 지지층이 후보를 압도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통상 서울시장 선거전은 이명박·오세훈·박원순 시장 당선에서 보듯 대선 전초전 혹은 심판론이라는 프레임 선거로 치러졌고 초반부터 후보 경쟁력이 이 구도를 끌고 갔다. 거물급 인사가 자주 소환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시작부터 여야 지지층 간 물밑 싸움이 치열하고, 이들의 싸움이 후보의 힘을 제압하는 상황이다. 여야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연전’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점전’이 대표적이다.

박 장관은 17일 현재까지 출마 여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 단행될 추가 개각과 연동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박 장관의 출마 지연 배경은 “지지층을 파악하고 제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여권의 지배적 분위기로 읽힌다. 여당 지지층은 친문(재인) 적극 지지층, 사이다 개혁층으로 불린다. 이들은 ‘적폐 청산’이 표방하듯 촛불 에너지를 유지하는 쪽에 관심을 둔다. 이번 보궐선거를 정권 재창출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2006년, 2010년 지방선거 당시와 달리 정권 후반기임에도 지지층이 단단하다. 박 장관은 주류 지지층과 깊은 유대를 맺어 온 정치인이 아니다. 오히려 비문(재인) 대표 정치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 장관으로선 지지층의 반감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스스로를 ‘종달새’에 비유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 4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을 “마음 다해 지지한다”고 한 것도 지지층이 후보를 압도하는 단면이다. 임 전 실장 측은 “2011년 이후 당 정치인들 간 서울시장 경선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지지층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 의원 지지 메시지가 임 전 실장의 출마 여부가 아닌 핵심 지지층 구애라는 설명이다.

야권에선 지난달 20일 안철수 대표가 첫 출발선에 섰다. 안 대표는 선거 때마다 앞세웠던 “나 안철수는…”이라는 말 대신 ‘야권 대표선수’ ‘후보 단일화’를 강조했다. 안 대표의 선점 전략은 출마 시점만 가리키지 않는다. 야권 지지층의 요구를 우선 반영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야권 고위 관계자는 “야권 지지층은 정권 교체를 위해 세력과 (정권) 심판을 대표할 후보를 원한다. 개인기를 중요시했던 안 대표가 변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안 대표의 선점 전략은 새 정치나 제3후보론이 아닌 ‘반문연대’ 대표주자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안 대표는 ‘보수가 미는 중도 후보’라는 콘셉트를 고수한다. 김동길 명예교수와 홍준표 의원 등 보수 정치인과 접촉면을 늘리는 것도 안 대표를 미덥지 않아 하는 보수 지지층에 다가서려는 목적이 강해 보인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역시 “중도인 척하지 않겠다”며 핵심 지지층에 바짝 신경쓰고 있다.

정당 구심력이 약화된 환경인 만큼 지지층이 후보를 견인하는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반 이후부턴 중도층이 관건이다. 겉으론 양당 체제지만 개혁법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듯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념적 편차가 적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1987~2020년 선거의 유권자 분포상, 진보가 늘지 않았고 보수가 줄었다. 중도 혹은 스윙보터(교차투표층) 유권자가 약 7%에서 17~18%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답’을 갖고 있는 핵심 지지층을 뛰어넘어 누가 중도층의 ‘질문’에 제대로 답할 것인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혜영 선임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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