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없이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우리, 탄소중립 (8)]

글·사진 최인진 기자 2021. 1.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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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석 천주교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

[경향신문]

소유 대신 공유·채식하기 등
신자들과 9가지 실천 캠페인
사제관에는 태양광발전 설치
더디지만 변화의 바람 불어
정부, 적극적인 대책 내놔야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지난해 5월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온실가스 감축 계획 수립과 기후위기에 맞설 범국가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신자들에게는 검약과 희생을 통한 실천으로 생태계와 기후 회복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탄소제로’ 연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 의왕시 성라자로마을 사제관에서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기석 신부(사진)를 만났다.

“생활 안에서 지켜 가는 실천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작은 울림입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는 지난해 7월부터 신자들을 중심으로 탄소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탄소제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지는 것을 말한다. 캠페인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지구를 살리는 9가지 실천’이 있다. 소유 대신 공유(버리지 말고 나누기), 쓰레기 제로, 육류 소비 줄이고 채식하기, 전기 사용량 줄이기, 걷거나 자전거 타기, 매일 공동기도 봉헌하기 등으로 대부분 일상생활 속에 녹아 있는 소소한 것들이다.

양 신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쓰지 않기는 주요 실천 항목이라고 했다. 플라스틱은 탄소 배출량 급증의 원인인 동시에 해양 생태계 파괴는 물론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t에 달한다. 이 중 63억t이 버려지는 쓰레기이며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게다가 매년 1200만t은 바다로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다.

양 신부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뜻하는 탄소발자국 줄이기 운동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가급적 가까운 거리는 걷는다고 한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쓰지 않으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재활용품은 분리해서 배출한다. 이 모두가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행동들이다.

캠페인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신자들이 실천 사항을 이행한 인증 사진을 해시태그를 사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거나 실천 수기 또는 댓글을 수원교구 홈페이지 또는 블로그에 게시해 공유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캠페인 내용을 포스터로 제작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매월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을 추첨해 그 사람들의 이름으로 사회복지기관에 면마스크를 기증하고 있다.

양 신부는 “탄소 배출을 생활 속 실천을 통해 줄여가고 우리를 돌아보며 변화의 길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면서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지난해 11월 환경부 주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서는 등 환경 관련 토론회나 포럼에 수시로 참석해 탄소제로 실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안성 미리내 성당과 협약을 맺고 미리내 성지에 생태체험 교육 농장을 조성하고 사제관 옥상에 태양광 발전도 설치했다.

양 신부는 “그동안 지자체나 정부에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면 공감을 하다가 정작 법 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단계가 되면 경제성을 운운하며 없던 일로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더 이상 민간 영역에 맡기지 말고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 등 유럽 국가처럼 국가가 나서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탄소 배출량 감소 등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량이 무려 세계 7위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실행 계획이 유엔의 권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학계 조사 등을 보면 한국은 이미 극심한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 105년(1912~2017) 동안 여름은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연평균 기온은 약 1.8도 상승해 세계 평균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웃돌고 있다. 여름철의 경우 강한 강우는 증가하고, 약한 강우는 감소하는 강우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로 탄소가 배출되면 한반도 기온은 평균 6도 상승한다.

“더디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에 그나마 보람을 느낍니다.” 양 신부는 조만간 화석연료 없이 살아보기에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소비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땀 흘려 농사지어 건강한 먹을거리를 수확하고 지역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탄소제로 캠페인 저변 확대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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