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박성수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학습하고 탐구해야 하는 영역이 훨씬 많아졌다.
기초단체장은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적 목표로 추구해야 한다. 경제나 복지, 교육 같은 실물 분야나, 정의나 행복, 인권 같은 거대담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고민을 풀어내는 데 영감을 준 책이 하나 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샌델은 이 책에서 시장지상주의의 어두운 측면을 실증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정치판은 도덕적 내용이 거의 비어 있기 때문에 과열돼 있고, 반대에 부딪칠까봐 두려워서 자신의 도덕적 확신을 공공의 장에 내보이기를 주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관행과 재화의 의미에 관해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숙의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시장의 자율규제와 정부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시장에서의 거래가 삶의 방식과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하고 변질시킨다면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모든 것을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것으로 만들면 시민적 참여, 공공성, 우정과 사랑, 명예 등 인간사회의 덕목이 사라지게 된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정의감이나 신념, 희생정신 등 다른 동기에 의해서도 많이 움직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이 책은 ‘돈으로 사려 해서는 안 되는 것들’ ‘돈으로 사게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부의 양극화, 저출생, 교육, 환경 등 우리 사회의 위기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시장논리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도 기인한다. 단순한 보여주기식의 상생이 아니라, 경제생활에 공동체적 가치를 부여하고, 시장의 역할에 대한 냉철한 도덕적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의 여러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시각도 인내심을 가지고 공동체적·사회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다시 한번 살펴보고 올바르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박성수 | 서울 송파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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