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플루언서] 코미디언 조충현, 무대 잃은 희극인의 새 삶.. 유튜브로 찢었다

박성기 입력 2021. 1. 17. 19:28 수정 2021. 1. 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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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종영 이후 유튜버 전향
각종 유명인 성대모사하며 '롤'게임
채널 개설 2년 만에 구독자 46만명
무대서 관객 웃음 소리 못 듣지만
온라인 시청자 댓글 보며 대리 만족
<사진 출처 = 포비위키>

지난해 6월,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를 마지막으로 모든 공중파 방송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종영했다. 무대를 잃은 코미디언들의 거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잠시,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전성시대가 찾아왔다. 유튜브가 그들의 새로운 무대가 됐고, 인기 상승에 날개를 달았다.

46만명 구독자를 보유한 KBS 공채 개그맨 출신 유튜버 조충현(사진)이 바로 이들 중 한 명이다. 2015년 데뷔해 야구선수 박찬호를 성대모사하는 '박짠호' 캐릭터로 개콘 무대에 올랐으나 4년간 그는 무명 개그맨에 가까웠다. 오히려 2018년 6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조충현'을 통해 2년만에 그의 46만명의 구독자를 모으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초창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채널 '조충현'은 지난해 1월 '토크온에서 OOO로 롤하기'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최민식, 백종원, 이정재, 한석규, 이경영, 유해진 등 다양한 배우의 대표작품 캐릭터부터 문재인 대통령, 백종원 요리연구가, 강형욱 동물훈련사까지. 각종 유명인물의 특징을 살린 성대모사를 하면서 유명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를 하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조충현 표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국내 인플루언서들을 다각도로 평가해 랭킹화한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토크온에서 OOO로 롤하기' 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구독자가 약 35만명 증가했다고 한다. 가장 인기있는 영상인 '(롤)토크온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 롤하기'는 지난 1년간 무려 285만회 시청됐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개그맨 조충현'을 키워드로 하는 검색량이 미미했으나 2월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한달 평균 3000여 건 이상이 발생했고 4-5월에는 2배인 6000여 건까지 증가했다"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내놨다.

공채 코미디언 출신 유튜버들 중 조충현이 특별히 더 눈에 띄는 이유는 이런 독창적 콘텐츠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미국 USC 박사·현 서울대학교 공공성과관리센터 초빙연구원)는 "대부분의 코미디언들이 '몰래카메라'를 주된 콘텐츠로 내세우고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종종 자극적이고 억지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는 비판을 받는 동안, 조충현은 자신만의 성대모사 특기를 살려 색다른 길을 개척했다"며 "레드오션이라고 불리는 게임 방송에 성대모사를 앞세워 '감히' 뛰어들어 성공을 거뒀다"고 높게 평가한다.

조충현은 누구나 인정하는 성대모사의 1인자는 아니지만, 성대모사하는 인물의 목소리 뿐 아니라 얼굴 표정, 몸짓 등 세세한 특징을 잘 잡아내 마치 '빙의'된 듯한 모습을 보여줘 사랑받는다.

토크온(음성채팅 프로그램)에서 몇 분 전에 처음 만난 일반인들과 함께 팀을 이뤄 라이브 게임을 하는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도 성대모사 인물의 명대사를 적재적소에 내뱉으며 맛깔나는 애드립을 보여준다. 이는 코미디언의 '끼'만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철저한 조사와 사전준비가 뒷받침 되야한다. 시청자들은 "연구를 정말 많이 하는것이 느껴진다", "이 정도(연구하)면 뭘 해도 성공한다"며 감탄한다.

개콘 무대와 관객의 웃음소리가 너무나도 그립다는 조충현. 그래서 그는 유튜브 무대의 관객이라 할 수 있는 시청자들을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긴다. 자신의 구독자에게 '충독이'(조충현+구독자)라는 애칭을 붙여주고 그들이 남긴 댓글에 일일히 답변을 단다. 관객이 크게 웃어줄때 무대 위에서 느꼈던 행복함과 뿌듯함을, 이제는 댓글을 읽으며 느낀다는 그는 오늘도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또 읽는다.

그는 여전히 관객들을 무대 위에서 직접 만날날을 꿈꾸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지금까지 큰 인기를 얻었던 성대모사 인물들로 분장하고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에게 더 큰 웃음을 주겠다는 계획이 있다. 무대를 길거리로 옮긴 그가 관객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고 그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행복해할 날을 기다려본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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