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속 애민정신 노래로.. 세계인과 나눕니다" [차 한잔 나누며]

조성민 2021. 1. 1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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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서문가' 만든 해사한우리문화연구소 전영준·강순예씨
쉬운 글자로 공정 사회 꿈꾼 세종
우리만 알고있기 아까워 전파 구상
2년 전 출발 '서문가 이어부르기'
남아공·美·印尼.. 지구 돌며 진행 중
시인 강씨·음악가 전씨 창작 '합심'
"우리 문화 담은 노래들 보람 두배"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전하기 위해 ‘훈민정음 서문가’ 보급운동을 펼치는 해사한우리문화연구소 전영준(오른쪽)·강순예씨. 하상윤 기자
“이 좋은 걸 우리만 누리기엔 너무 아깝지요.”

우리말글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이유는 참 단순했다. 한글이 가진 문화예술적 가치를 생각할 때, 우리만 향유하기엔 아깝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훈민정음 서문을 노래로 만들었다. ‘훈민정음 서문가’는 지난해 지구 한 바퀴를 돌았고, 2021년에도 다시 지구를 순회하며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전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15일 비대면으로 만난 ‘해사한우리문화연구소’의 전영준, 강순예씨는 인터뷰 내내 한글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이 묻어났다. ‘해사한’은 목소리나 표정 따위가 맑고 깨끗하다는 우리말이다. 본업이 음악가와 시인인 두 사람은 노랫말과 시를 통해 한글을 다뤄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글이 세상 어떠한 소리도 적을 수 있는 아주 쉬운 문자라는 점이 매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소리와 발음이 쉽기 때문에 리듬을 붙여 부르기도 좋다. 한글이 인류의 자랑이라고 이들이 힘주어 말하는 이유다.

시가 노래를 찾아오면서 해사한우리문화연구소는 시작됐다.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에서 강의하던 전씨에게 국어문장사로 활동하는 동시인 강씨가 ‘시에 곡을 붙여 달라’고 권유한 것이다. 생각보다 둘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강씨는 “시와 노래가 다른 분야라고 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가장 가깝지요”라며 “모든 시는 운율과 리듬이 있고, 모든 노래는 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우리 문화, 한글과 세종에 감화됐다”고 말하며 전씨는 웃으며 맞장구쳤다.

전씨는 “사실 국악작곡을 전공했는데요, 강 작가님 덕분에 30년 만에 전공을 살린 거지요”라면서 “기존의 곡을 연주할 때와는 다른, 한 곡 한 곡 태어날 때마다 새 생명을 낳은 느낌이랄까요. 어쨌건 한글, 세종, 우리 문화를 담은 노래를 많이 만들었는데 만들 때마다 보람이 큽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훈민정음 서문’을 노래로 만들자, 역사에 한 줄을 남기자는 강 작가님의 야무진 생각으로, 음악가이기도 했던 세종의 입맛에 맞게, 그분이 보시면 좋으시게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2017년 해사한우리문화연구소는 뜻을 모았다. 2017~2018년에는 세종즉위 600주년을 맞아 열린 ‘한글날 큰잔치 세종대왕 납시오!’에서 세종음악회를 기획하고 진행했으며, 해마다 한글날 크고 작은 한글날 행사, 한글단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년 세종문화예술상(한글음악부문), 2019년 자랑스러운한국인대상(한글음악공헌부문)을 수상했으며, 2020년에는 한글학회로부터 한글운동공로패를 받았다. 

특히나 ‘훈민정음 서문가’를 세계인과 함께 이어부르는 기획은 국내 학교·단체, 각국의 한글(한국)학교,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3000명 이상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다. ‘지구 한 바퀴 훈민정음 서문가 이어부르기’는 2019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한글학교를 시작으로, 미국 뉴저지, 시애틀, 벨뷰,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일본, 캐나다, 칠레 등을 거치며 지구를 한 바퀴 돌았고,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가수, 연예계, 문화예술인, 다문화인, 외국인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동참의 뜻을 밝혔으며 ‘팬텀싱어’, ‘미스터트롯’ 등에 출연한 크로스오버 그룹 ‘라온’이 그 첫 시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하필 훈민정음 서문이냐는 질문에 강씨는 “훈민정음 서문에 담긴 세종의 마음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간절하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이어 “훈민정음 서문에는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라면서 “예를 들면 문장 ‘내 이를 위하여 가엾이 여겨…’에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글자를 몰라 그 억울함을 전할 길 없는 백성을 가엾이 여기는 군주의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어진 왕이었던 세종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훈민정음 서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세종은 쉬운 글자 한글로 공정한 사회,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일부 학자, 일부 정치인들, 물론 사회 각층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려놓지 않기 위해 헐뜯고 싸웁니다. 한글을 만든 원리에는 하늘과 땅, 그 가운데 우뚝 선 사람이 있지요. ‘사람이 먼저’라는 진리를 너 나 할 것 없이 가슴에 새기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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