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조건부' 떼고 출마선언..'빅3' 대진표 완성
나경원·안철수와 3각 구도
안 "많은 후보 경쟁 바람직" 환영
나 "도대체 왜 출마선언을.." 경계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시장이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4월7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불출마 조건으로 제시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사전 단일화가 좌절된 이상, 정권교체 교두보 마련을 위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야권에서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경원 전 의원을 포함한 ‘빅3’가 모두 뛰어든 대진표가 완성됐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날 출마선언에서 과거 5년간의 시정 경험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지금 서울은) 전임 시장의 성추행 범죄로 시장직이 궐석이 되면서 폭설 하나 제대로 대비 못해 도시가 멈춰 서는 등 한마디로 빈사 상태”라며 “당선 다음날부터 당장 시정을 진두지휘하며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추어 초보 시장, 1년짜리 인턴 시장, 연습 시장의 시행착오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출마선언을 한 ‘북서울 꿈의숲’도 이런 강점을 환기하기 위해 택한 장소로 보인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 폐장한 드림랜드 터를 인수해 북서울 꿈의숲을 개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출마선언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내놓는 공약은 모두 5년짜리 공약”이라며 “그 5년 동안은 대통령직 도전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버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재선 도전과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을 요구하며 내건 ‘조건부 출마선언’, 그리고 10년 전 서울시장 중도 사퇴 등에 대해 오랜 시간을 할애해 모두 사과했다. 그는 “큰 빚을 졌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날 오 전 시장의 출마선언으로 보수 야권에서는 안철수 대표, 나경원 전 의원과 함께 ‘빅3’ 대결 구도가 완성됐다. ‘야권 빅3 후보’는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안 대표와 오 전 시장은 물론 나 전 의원까지 모두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아예 “서울시장이 마지막 선출직”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와 나 전 의원은 이날도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하는 자원봉사에 나섰던 안 대표는 이날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종로구 사직2구역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안 대표는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도시재생만을 고집하다 보니 주민 불편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받는다”며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 정책을 공격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6조원 규모 ‘민생 긴급구조기금’ 설치를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나 전 의원은 “전국 243만 자영업 가구 중 10%인 25만가구가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며 “소상공인 50만명, 자영업자 28만명, 특고·프리랜서·예술인 등 총 120만명을 대상으로 최대 6조원 규모 기금을 조성하면, 경제 숨통을 트이게 하고 국민 마음도 터주는 종잣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오 전 시장의 이날 출마에 대해 엇갈리는 태도를 보였다. 안 대표는 “많은 야권 후보들이 경쟁하는 건 바람직하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야권 승리 기반을 닦는 데 함께하는 동료라고 생각한다”고 환영 뜻을 밝혔다. 반면 오 전 시장과 당내 경선을 치르게 된 나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의 ‘10년 공백’을 지적하며 “도대체 왜, 어떻게 출마선언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10년 동안 서울은 많이 변했다. 국회에서 계속 일하면서 풍부한 정치 경험, 국정 경험을 갖고 있는 제가 잘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후보는 이혜훈·이종구·오신환 전 의원, 김선동 전 사무총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 등 모두 10명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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