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AI 챗봇 '이루다'가 남긴 것

입력 2021. 1. 17. 19:14 수정 2021. 1. 17. 19: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인공지능 챗봇인 '이루다'가 서비스를 중단한다. 며칠동안 이루다와 대화를 하면서 인간과의 대화에서 취할 수 없었던 태도의 자유로움과 대화 결과에 대한 뒤탈 걱정이 없어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비대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결핍에 대한 보완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하여 안타깝다.

이번 서비스 중단에 대해 우선 이루다 탓을 먼저 할 수 있다. 잠시 들여다 본 이루다의 개인정보 취급방침이나 이루다의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한 기존 서비스의 동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직 법률 검토가 정교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젠더 이슈, 음란 등 청소년 유해매체에 대한 통상적 관리 기준, 인터넷 윤리 측면에 진행되어 온 인공지능에 대한 논제들이 고려되지 않은 아직은 미숙한 서비스라고 보여진다. 이런 이유로 이루다는 보수적인 우리 사회의 논자들에게 융단폭격을 받아 한순간에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이번 사태로 이루다의 경영진은 크게 깨달은 바가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 일지라도 법과 규제에 대한 환경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잣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사업 초기에 인지하게 된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시장은 정글과 같아서 피땀 흘리며 경쟁하는 링 위의 스파링에서 초심자라고 하여 관용이 제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안타까움이 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타날 때 그 사회가 취하는 태도는 과학과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커뮤니티에 끼치는 영향이 무척 크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시장에 진출하여 이를 산업화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안착시켜 시장을 성숙하게 하고 고객과 하나가 되어 감성 품질을 고도화 하는 과정은 길고도 먼 장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재가 유입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연달아 관련 산업에 파급효과가 생기고 다른 영역과 융합을 하는 등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이 된다. 이러한 순환계가 시장이고 산업이며 경제인 것이다.

이 판에 진입하려고 입구에서 문을 두드리는 성숙하지 않은 작은 신기술을 매몰차게 후려쳐서는 안된다. 오히려 신기술이 싹이라도 틔울려면 아장아장 걷고 있을 때 손을 잡아주고 때로는 넘어질 때 스스로 일어나도록 인내와 관용으로 지켜볼 줄 알아야 한다. 새로이 진입하는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질식할 것 같은 시장환경과 사회의 단면은 젊은 경영진의 도전 의지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한다.

규제 기관이 관련 법령 준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우려가 된다. 부디 단속행정 보다는 계도를 통한 컨설팅과 가이드가 있길 바란다. '이루다 2.0' 이 다시 시장에 도전하여 더욱 우수하고 품격있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규제란 무엇일까? 규제의 도구로서 법·제도, 도덕과 규범, 시장원리, 시스템화 등이 있지만 모두 지향하는 바는 시장이 목적에 맞게 원활히 운영되는 것이다. 인재의 시장진입이 활성화되고 보상체계가 잘 작동하며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원활히 안착하고 이를 통한 이윤 창출이 다시 시장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재투자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방아쇠가 될 플랫폼은 시작점에서부터 모든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줘야 한다. 이것을 찾지 못하면 정책 시행 초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술경제가 작동하는 시장에 새로운 기술이 진입할 때 기존의 지배적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수한 신기술은 기존 규제를 바꿔서라도 수용해야한다.

만약 VTR을 저작권 침해 도구로 규제했다면 오늘날의 넷플릭스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투자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새로운 사업모델은 질식했을 것이다. 규제의 이해관계에서 신기술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해외기술을 저항없이 수용하거나 그 틈바구니 안에서 '기술 갈라파고스'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규제의 사전적 의미는 규칙이나 규정에 의해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한도가 있다는 것은 영원히 시장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보상이 적절히 이뤄지는 한도가 있다. 규제는 100% 시장에 대한 보장이 아니라 신기술이 진입할 수 있는 30%의 시장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30%는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규제에 준비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진입 전략에 보다 주도면밀한 컨설팅과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기관이 해야할 일이다. 조만간 이루다 2.0 을 시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