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000명 발달장애인 실종신고..대책은 '가족이 알아서 예방' [뉴스+]

이종민 2021. 1. 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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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도 고양시에서 20대 발달장애인이 실종돼 3주째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이 같은 발달장애인 실종 신고가 매년 8000건 넘게 접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 둘레길에서 실종된 발달장애인 장준호(21)씨도 20일째 소식이 없어 가족의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 성동구와 서초구 등 일부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마련해 발달장애인에게 GPS가 내장된 신발 깔창 등을 보급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가족이 '알아서' 실종을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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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8000명 실종신고.. 지원 촉구 목소리
비장애 아동보다 실종위험 6배 ↑
3주째 행방묘연 고양 20대처럼
정신연령 4~5세, 신체능력은 성인
에너지 넘쳐 뛰다가 사라지기도
성인 배회땐 행인들 관심 안가져
전담부서 없어 아동기관서 떠맡아
"배회 감지기 보급 등 대책 필요"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에서 20대 발달장애인이 실종돼 3주째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이 같은 발달장애인 실종 신고가 매년 8000건 넘게 접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된 이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오지만,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끝내 찾지 못해 가족들의 애를 태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달장애인은 장애 특성상 실종 위험이 높으나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간 접수된 발달장애인 실종 신고는 4만2619건으로, 연평균 8524건에 달한다. 매년 접수되는 실종신고 건수는 전체 발달장애인 수의 3.5% 수준이다. 비장애 아동의 실종신고 건수는 전체 비장애아동의 0.6%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발달장애인의 실종 위험이 어린이보다 6배가량 높다.

다행히 실종신고된 이들은 대부분 발견된다. 하지만 찾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등 힘들게 찾는 경우도 적지 않고, 가족 품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도 2016년 3명, 2017년 7명, 2018년 12명 등으로 늘었다.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 둘레길에서 실종된 발달장애인 장준호(21)씨도 20일째 소식이 없어 가족의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장씨 실종 지점으로부터 약 100m 떨어진 한강 김포대교 북단 인근에서 장씨가 실종 당시 착용했던 점퍼가 발견됐지만 장씨를 목격했다는 소식은 없다. 경찰은 점퍼가 강변에서 발견된 만큼 실족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은 장씨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한다. 몇 년 전 20대였던 발달장애인 남동생이 실종된 적 있다는 A씨는 “동생은 정신적 발달은 4∼5살 아이 수준이지만, 신체적 능력은 여느 성인 남성과 다르지 않아 에너지도 넘치고 달리는 것도 빨랐다”며 “뒷산에 갔다가 내려오는데 혼자 뛰어 내려가더니 사라져버렸다”고 회상했다. A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몇 시간 만에 찾았지만 그때만 떠올리면 아찔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의 경우 길을 잃고 서 있으면 발견한 사람들이 도와줄 수도 있지만, 성인 발달장애인은 혼자 거리를 헤매고 있어도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동생을 잃어버릴까 봐 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실종 취약계층에 아동 외에 발달장애인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실종 업무를 수행할 기관은 따로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동권리보장원이 발달장애인 실종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주 업무가 아동 관련이라 발달장애인까지 챙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발달장애인도 치매 노인처럼 실종 고위험군으로 보고 장애인 특성에 맞는 실종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호소한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경찰 등은 치매 노인의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위성항법장치(GPS)가 내장된 ‘배회감지기’를 보급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실종과 관련한 대책은 없다. 서울 성동구와 서초구 등 일부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마련해 발달장애인에게 GPS가 내장된 신발 깔창 등을 보급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가족이 ‘알아서’ 실종을 예방해야 한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은 “장애인이 실종됐을 때도 경찰 등에 별다른 매뉴얼이 없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는 문제도 있다”며 “발달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실종 예방·복귀를 지원할 수 있는 기관·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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