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선고, '시대착오적 경제논리' 배제해야

한겨레 입력 2021. 1. 17. 18:06 수정 2021. 1. 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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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가 18일 내려진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며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기소됐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등 하나같이 '삼성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과 이 부회장의 역할'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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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업범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가 18일 내려진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며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기소됐다. 2심에서 뇌물액이 크게 깎였으나 대법원은 1심과 비슷한 8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고 파기환송했다. 혐의는 사실상 확정된 만큼 관심은 재판부가 선고할 형량에 모아진다. 국정농단의 핵심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이어지는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는 국정농단과 관련한 사법적 심판의 큰 줄기가 마무리되는 의미를 지닌다.

경제단체들이 잇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등 하나같이 ‘삼성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과 이 부회장의 역할’을 내세웠다. 과거 삼성 총수들이 불법·비리를 저질러 사법적 단죄를 받게 될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나왔던 ‘경제위기론’, ‘삼성 역할론’의 재판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들도 이런 주장에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기업의 위기, 나아가 국가 경제의 위기로 연결짓는 경제논리는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있던 2017년 2월~2018년 2월 삼성의 경영이 별 차질을 빚지 않았다는 사실만 봐도 견강부회임을 알 수 있다. 이 부회장의 불법행위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는 관계없는 오너를 위한, 오너에 의한 ‘황제 경영’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설치·운영을 양형에 반영한다면 이 또한 변형된 경제논리일 뿐이다. 사후적으로 준법경영을 약속했다고 해서 선처의 근거로 삼는다면 불법행위를 단죄하는 사법 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하게 된다. 국가 경제 기여, 진지한 반성 등 온갖 이유를 들어 ‘재벌 총수 봐주기’에 나섰던 과거 법원의 구태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준감위의 실효성 자체도 의심스러운 상태다. 준감위 활동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가운데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위원도 16개 평가 항목 중 14개 항목에서 미흡한 점을 지적했고, 특히 “최고경영진 감시 부분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법 집행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재벌 총수에게만 일반 시민과 다른 ‘특별한 법리’가 적용된다면 특권층의 존재를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들었던 국정농단 사건의 단죄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무엇보다 상식에 입각해 국민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법 앞에 만인의 평등’이라는 대원칙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것이 부정부패의 근원인 정경유착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우리 사회를 정상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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