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스피, 이젠 외국인을 봐라"

김규식,문가영,신유경 입력 2021. 1. 17. 17:51 수정 2021. 1. 1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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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 이후 어디로..증시 전문가 전망
증시 유동성은 여전히 많지만
이미 3000 넘어 과열조짐 우려
개인·기관 힘겨루기, 외인 주목
최근 美증시 조정 국면도 부담
반도체·배터리株 실적 개선땐
3500까지 올라갈것 낙관론도

◆ 증시 3000시대 숨고르기 ◆

'코스피는 어디까지 오를까.'

지난주 코스피 변동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증시 전망을 쉽사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 8일 3152.18로 신고가를 기록한 뒤 일주일 동안 숨 고르기 장세가 지속되면서 각자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져 외국인 투자자금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공식 취임하는 가운데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공식화하면 시장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미국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달러당 원화값이 떨어져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은 예측 불허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돈이 지나치게 폭발적으로 들어오니까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대형주가 중소형주처럼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속도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면 증시 전반으로 유동성이 유입된다. 코스피 흐름이 기본적으로 양방향으로 모두 열려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가 쉽사리 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 증시 또한 지난주 조정을 받은 배경에도 이런 흐름이 깔려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8일 3824.6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미국 장기 금리가 1.3~1.4%를 넘어서면 코스피는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08%로 마감했는데, 지난해 줄곧 0.6~0.8% 안팎을 형성한 것을 감안하면 대폭 상승한 것이다. 서범진 삼성자산운용 그로스본부장은 "코스피가 3160~3170을 고점으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반면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9조8002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가 8조6833억원을 팔아치운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11일 35.65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장에서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서 본부장은 "기관이 최근 많이 팔았는데 외국인 투자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이 아무리 증시 대기자금을 쌓아도 외국인과 기관이 계속 매도하면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코스피가 전통적 지표로 봤을 때 과열 구간에 진입한 탓도 크다. 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버핏지수'는 지난해 130.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을 나타낸 비율인데 코스피가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정보기술(IT) 버블이 극심했던 200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과열 양상으로 치닫던 2007년 딱 두 번이었다.

서 본부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세를 이어 가고 있는데 이는 이번주 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현재는 기대가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펀더멘털(내재가치)과 괴리를 좁히는 과정에서 조정이 올 수 있다"면서 "최근 10~15% 정도는 주가가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버핏지수 같은 지표가 증시 과열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에 풀린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배터리 등 주도주는 더욱 힘을 받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의 이익과 GDP 등을 추정한 지표들이 미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2500부터 과열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이미 3200을 육박한 상황"이라며 "과열이라 판단하는 기준이 맞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 방식으로 산출하는 것은 틀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내년에는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20%가량 높아질 것으로 본다"면서 "코스피 2800을 적정 가치로 봤다면 이를 반영해 3500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와 친환경, 미디어처럼 미래 가치가 높은 업종은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분간 코스피가 등락을 반복할 수 있지만 세계 경제가 변화하는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한 뒤로는 이 같은 추세가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와 올해부터 업황이 호전되고 있는 반도체는 계속 유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 문가영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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