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다시 기로에서 선 미국
中은 다자동맹 균열 공략 나서는데
美, 민주주의 위기 속 앞가림 급급
트럼프가 팽개친 '글로벌 리더십'
바이든 정치로 복원할지에 관심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끌어갈 미국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과 같은 주도적 강대국이 겪는 위기를 ‘패권 쇠퇴’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트럼프 임기 이후의 위기는 그 성격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 진영의 패권 국가로 등장한 미국은 여러 차례 국운 쇠퇴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린든 존슨의 밤잠을 빼앗아간 베트남 전쟁과 민권운동, 리처드 닉슨 정권 당시 중동발 오일쇼크와 전대미문의 워터게이트 스캔들, 로널드 레이건을 곤경에 처하게 한 무역 적자, 조지 부시 임기 말년을 괴롭힌 두 번의 중동전쟁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다양한 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들은 일련의 정책 수정을 통해 관리될 수 있었다. 베트남 철군과 민권법 통과, 닉슨에 대한 탄핵과 이스라엘과 아랍 간의 평화 중재, 플라자 합의를 통한 달러화 약세 유도, 아시아 회귀 정책의 선택과 고강도 금융 개혁 등 정책 조정과 제도 정비를 통해 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관리 불가능한 위기들이 찾아왔다. 중국의 도전과 민주주의의 작동 불능이 그것이다. 중국은 미국과는 사용하는 문법이 전혀 다른 나라다. 세상의 문법을 자기의 총과 빵·기술로 바꾸려 하고 있다. 과거 서유럽과 일본은 전후 회복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적이 있다. 그러나 냉전 당시 이들 국가는 모두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었고 자유민주주의라는 문법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통제력이 작동했다. 그러나 중국은 독자적 핵보유국이자 통치 이념이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여서 미국의 위기감을 배가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은 트럼프가 망쳐놓은 다자 동맹의 균열을 파고들어 향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 노력에 커다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목격되는 민주주의 자체의 다양한 문제점에 더해 미국 특유의 정치제도가 안고 있는 고질병과 배타적 정체성을 특징으로 한 백인 민족주의가 가세해 지금 미국의 민주주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우선 상층계급이나 거대 조직의 독점적 이익을 위한 야수와 같은 로비, 비효율적인 각종 선거 절차,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정책 조정의 어려움, 프라이머리 제도로 인한 검증되지 않은 정치인의 등장 등 미국 고유의 정치적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바마 시기 티파티 운동에서 싹트기 시작한 배타적 백인 민족주의의 폭력성이 트럼프 시기를 거치면서 더욱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경제 불황 및 이민 문제와 결부돼 조금씩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러한 폭력성은 온라인을 통해 상당히 확산돼 불온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 두 가지 미국 특유의 질병이 민주주의의 일반적인 한계상황과 길항적으로 작동하면서 미국 사회를 좀먹고 있다.
트럼프 시기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부재로 인한 국제정치의 대공위(大空位)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인지 여부가 궁금하다. 이는 트럼프라는 괴물을 낳은 공화당의 개과천선 등 미국 국내 정치의 향후 진로가 국제사회에 던지는 시그널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 이후 미국의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동맹국들은 미국 정치의 복원력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트럼프에 대해 미국의 보수주의와 특히 제도권 공화당이 손절매할 것인지 여부가 향후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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