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우의 바람] 북극 한파가 부른 눈송이의 정체

한겨레 입력 2021. 1. 17. 17:06 수정 2021. 1. 1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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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폭설과 함께 한파가 찾아왔다.

눈송이.

영화 <겨울왕국> 을 통해 널리 알려진 육각형 모양의 눈송이.

눈송이는 만들어질 때의 기온과 습도에 따라서 그리고 지상에 다다르는 경로에 따라서 그 모양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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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우의 바람]

구름 윗부분의 얼음 알갱이가 다른 얼음 알갱이들과 부딪쳐 깨지거나 주변의 물방울을 흡수하면서 떨어지는 것이 눈송이다. 꽁꽁 언 한강에 눈이 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손석우 ㅣ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초부터 폭설과 함께 한파가 찾아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기록을 다시 썼다. 한파는 따뜻한 남쪽까지 세력을 확장했고, 제주도 전역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1964년 한파 특보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제주 산간지역에 한파 경보가 발령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설 경보, 강풍 주의보, 그리고 풍랑 주의보까지 모든 특보가 한날 집중되었다.

미디어는 연일 북극 온난화에 원인을 돌리며 아예 북극한파라는 고유명사까지 만들어냈다. 금세기 들어 더욱 강력해진 한파는 분명 북극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매일 변하는 날씨를 보면, 연초 이어진 한파와 폭설은 매우 강하게 발달한 시베리아 고기압과 동해 먼바다에 자리한 폭탄 저기압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로 강한 북풍(우리말로 삭풍이라고 부른다)이 만들어졌고, 대륙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남쪽으로 빠르게 내려오면서 따뜻한 바다를 만나 눈구름이 발달했다. 순식간에 눈구름들이 만들어졌고 영하 10도가 넘는 한파에 온 나라가 눈으로 뒤덮였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초저녁부터 내린 눈은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탓인지 퇴근길은 자동차로 가득 찼다. 평소 1시간 퇴근 거리가 4시간이 걸렸다거나, 아예 퇴근을 포기하고 사무실에서 잠을 청했다는 뉴스가 넘쳐났다. 늦은 시간 가까스로 대로를 벗어나 들어선 골목길에는 놀랍게도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의 분주한 모습에 퇴근길 불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여기저기 줄지어 선 눈사람, 그리고 화단에 도열한 눈오리. 습기를 가득 머금은 눈은 잘 뭉쳐졌고 눈사람과 눈오리는 새벽을 지나면서 단단해졌다. 며칠 동안이나 자리를 지켰다.

반도의 남쪽 끝자락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눈은 항상 마술 같다. 눈송이. 한데 엉겨서 꽃송이처럼 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꽃송이처럼 아름답다.

영화 <겨울왕국>을 통해 널리 알려진 육각형 모양의 눈송이. 그러나 실제 눈송이는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예닐곱가지 모양으로 구분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백가지 혹은 수천가지 모양을 가지고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내린 눈송이들도 하나하나 모양이 다르다. 마치 지구상 70억명 인구가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한 사람이 일생 동안 본 눈송이는 모양이 모두 다르다는 말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눈송이는 만들어질 때의 기온과 습도에 따라서 그리고 지상에 다다르는 경로에 따라서 그 모양이 결정된다. 사실 높은 하늘에 눈송이는 항상 있다. 심지어 한여름에도 있다. 다만 지상에 도달하기 전 형체도 없이 녹아버리기 때문에 볼 수 없을 뿐이다. 가장 큰 눈송이라고 할 수 있는 우박은 한여름에만 만들어진다. 작은 눈송이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

보통 키가 큰 구름의 아랫부분은 물방울로, 윗부분은 얼음 알갱이로 구성된다. 구름 윗부분에 얼음 알갱이가 생기는 것은 단순히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보통 고도가 1㎞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6도에서 10도 정도 낮아진다. 그러니까 고도 5㎞ 상공의 기온은 지상보다 30도에서 50도 정도 낮다. 얼음 알갱이가 충분히 커지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떨어지게 된다. 이때 다른 얼음 알갱이들과 부딪쳐 깨지거나 주변의 물방울을 흡수하면서 모양이 바뀐다. 그렇게 깨지고 붙는 과정이 수백차례 수천차례 반복되면서, 처음 모양과 완전히 다른 얼음 알갱이들이 만들어진다. 이 얼음 알갱이들이 한데 엉켜서 떨어지는 것이 곧 눈송이다.

기상청은 평년보다 조금 추운 겨울을 예보하고 있다. 불청객이자 반가운 손님인 눈, 아무래도 몇차례 더 올 것으로 예상된다. 폭설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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