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바일 반도체 주문 너무 몰려요" 삼성전자 공급 비상

이종혁,김인오,박재영 입력 2021. 1. 17. 17:00 수정 2021. 1. 1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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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S21 출시 앞둔 삼성전자
스마트폰 핵심 반도체 부족
韓파운드리 적기증설 시급

◆ 반도체 공급 부족 ◆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불붙은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대란이 정보기술(IT) 업계로 옮겨붙었다. 전 세계 대형 고객들의 넘치는 주문에 삼성전자는 자사 전략 스마트폰에 들어갈 핵심 반도체 물량도 계획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급난이 자동차산업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계가 적기 투자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최첨단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삼성전자 '엑시노스 2100'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요구한 만큼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됐다. '엑시노스 1080'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한정된 5나노 공정에 다른 대형 고객사 주문이 밀려들면서 엑시노스 칩 물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고객들에 대한 생산량 할당이 최대 현안"이라며 "엑시노스 생산량을 조정한 대신 퀄컴이 요구한 물량도 일부 감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두 칩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최신 모바일AP다. 엑시노스 2100은 무선사업부가 만드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 시리즈에, 엑시노스 1080은 갤럭시A 시리즈와 중국 '비보' 스마트폰 등에 탑재한다. 무선사업부는 이달 말 갤럭시S21 출시를 앞두고 비상이 걸린 상태다.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AP도 공급난이 현실화하면서 IT·가전기기 전반의 부족 현상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갤럭시S21의 올해 전 세계 예상 판매량을 2800만~3000만대로 잡고 있으며 이 중 60%가 엑시노스 2100을 장착할 것으로 본다. 부품을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동급의 파운드리 공정을 갖춘 대만의 TSMC는 물론 전 세계 파운드리 기업 대부분이 고객의 요구 물량을 못 대주는 처지다.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면서 관련 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대규모 파운드리 증설을 신속히 단행해 파운드리 1위 대만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종혁 기자 / 김인오 기자]


파운드리 대란에…대만 40조 폭풍투자, 한국은 허송세월

車·모바일AP까지 반도체 수급난…스마트폰도 못만들판

1위 대만 TSMC 올 30조투자
후발 현지기업도 증설·M&A

2위 삼성 사법리스크 발묶여
美 오스틴 용지 사놓고 '스톱'
10위 DB하이텍 증설에 신중

업계 "올해가 과감한 투자로
대만과 격차 줄일 골든타임"

대만 64% 대 한국 18%.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지난달 전망한 올해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계의 국가별 점유율이다. 대만과 한국이 1·2등이지만 격차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점유율 17%)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와 초미세 공정 기술에서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설비 규모는 TSMC가 훨씬 크다. 여기에 대만은 UMC, 파워칩테크놀로지, 뱅가드국제반도체그룹(VIS) 등 다른 파운드리 기업이 생태계 저변을 이룬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를 빼면 DB하이텍 정도만 버티고 있다.

올해 세계 파운드리 업계 전체 매출액은 896억8800만달러(약 98조9700억원)로 전년 대비 5.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에 이어 삼성전자 엑시노스 2100·1080 같은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까지 산업계 전반에 칩 부족 사태가 확산하면서 파운드리 공장 증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올해 과감한 조(兆) 단위 파운드리 투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만과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자는 얘기다.

아직까지 국내 파운드리 기업은 투자에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를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다.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해 시스템 반도체에 약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른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인근 용지 약 104만4088㎡를 사들였다. 이르면 2022년께 파운드리 공장을 착공한다는 업계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공식 투자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당장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뒀다. 실형을 선고받으면 오스틴을 비롯해 그간 검토 중이던 대형 투자가 줄줄이 멈출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급속히 커지는 시장을 보면서도 투자 결단을 못 내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세계 10위 파운드리 기업인 DB하이텍은 충북 음성공장 증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구형인 8인치(200㎜) 웨이퍼로 TV용 구동칩을 만드는 DB하이텍은 음성공장에 8인치 설비를 추가하거나 신형인 12인치(300㎜) 반도체 라인을 신설하는 방안을 모두 고민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장비 기업 대부분이 8인치용 장비를 만들지 않는 데다 미래 성장성을 고려하면 12인치 라인 신설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돈이다. DB하이텍은 8인치 설비 증설에는 약 7000억원, 12인치 신설에는 1조2000억~1조4000억원이 들어간다고 추산한다. 지난해 매출 약 1조원을 거둔 것으로 파악되는 DB하이텍은 투자를 위해 자본 유치가 절실하다. DB그룹은 파운드리 업황의 변동성을 고려해 증설에 신중한 태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의 증설 투자는 DB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파격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SK하이닉스도 지난해 12월부터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 우시공장에서 파운드리 생산에 돌입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매그너스 사모투자합자회사(PEF)를 통해 옛 식구였던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부(약 5300억원 규모)에도 출자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은 아직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통상 고객을 먼저 유치하고 설비에 투자한다"면서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기술을 끌어올리며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기업은 앞다퉈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54%를 장악한 TSMC는 올해 250억~280억달러(최대 30조원)를 설비 투자에 쏟는다고 선언했다. 전년 대비 62% 증액한 수치다. TSMC는 지난해 5월 12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신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대만의 중위권 파운드리 기업도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UMC는 올해 12인치 설비 증설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8인치 공장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파워칩은 올해 하반기에 대만 퉁뤄산업단지에 12인치 라인 2곳을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약 10조4000억원이다. VIS 역시 싱가포르 공장의 8인치 설비를 늘리면서 반도체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종혁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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