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제의 현실외교] 한국외교, 한반도 좁은 공간을 벗어나자

입력 2021. 1.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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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의 습격을 받은 지 1년, 인류는 지구적 재앙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별 대응체제도, 국제협력 메커니즘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있지만, 위기 대응은 국가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구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국제 협력은 강화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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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지구적 대재앙 대처 준비 미비
정치 양극화와 경제 불균형 해소 필요
한국, 코로나19 이후 국제협력 주도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바이러스의 습격을 받은 지 1년, 인류는 지구적 재앙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별 대응체제도, 국제협력 메커니즘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불편한 진실이다.

국내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양극화다. 양극화된 정치는 타협을 배제한다. 진영을 우선시하여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결정을 하기 어렵다. 이기기 위해서는 마스크도 정치 도구로 쓸 수 있다. 양극화의 바탕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있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결과다. 노동보다 자본의 부가가치가 커짐으로써 서구에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이것이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이라는 포퓰리즘 확산으로 이어졌다. 뿌리는 결국 기술 발전과 세계화에 닿는다.

국제협력체제 미비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있지만, 위기 대응은 국가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은 확대되고 위상은 높아진다. 국경을 완전 봉쇄하고 국민총생산(GDP)의 10~20%를 유동성으로 긴급 공급할 수 있는 국가가 존재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제 협력이 없으면 바이러스의 추적과 차단, 방역물품 공급사슬(SC)의 유지와 조정,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 이루어질 수 없다. 백신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공급되지 않으면 집단면역 달성이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생태계를 파괴당한 동물이 인간에게 몰려나온 결과가 코로나바이러스이며, 앞으로 더 강한 변종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감염병과 비교할 수도 없이 거대한 재앙이 될 기후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개별국가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19의 습격은 자연이 인류에게 보낸 경고이자 기회일 수 있다. 대응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세계화의 바탕이 되어 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지속될 수 없을 것 같다. 모든 나라가 자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자유시장경제의 결점을 보완하는 장치를 강구할 전망이다.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이익은 개인과 기업이 취하고 위험은 국가가 부담하는 방식'은 더는 수용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낮추는 세계화는 주춤거리고 글로벌공급사슬(GSC)도 조정받고 있지만, 기술 발전은 오히려 가속되고 미‧중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구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국제 협력은 강화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은 7,500억유로에 달하는 대규모 경제회생기금에 최종 합의했다. 코로나19 대응이 EU 통합 강화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경제가 205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대규모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다음 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감염병, 기후변화, 사이버안보, 핵 비확산 등 범세계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한다. 국제 협력 강화의 새로운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은 국제 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경제 달성을 선언했을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술인프라를 갖고 있다. 감염병 대응 부문에서도 필요한 인프라와 전문지식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제시한다면, 지구적 재앙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K-팝, K-뷰티, K-푸드, K-드라마 등 한류를 중심 개념으로 한 국가 브랜드 인지도도 매우 높다.

한국 외교는 이제 한반도와 남북관계의 좁은 공간을 벗어나 인류 공동의 과제를 논의하는 데로 시야를 넓힐 때가 되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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