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6락이었는데.." 주식 광풍에 특판예금 인기도 시들

이경은 기자 2021. 1. 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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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대문새마을금고. 지난 11일부터 13개월 만기에 연 2.3% 특판 예금을 판매 중인 곳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특판 예금에 가입하려고 기다리는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재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0.6~0.9% 수준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상당히 경쟁력 있는 금리인데도 말이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아마도 요즘 코로나 때문에 외부 활동을 꺼리는 분위기라서 한적한 것 같다”면서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하면 예금 금리가 괜찮은데, 주식 시장이 요즘 초호황인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새마을금고 번호표 발행기. 특판 예금 대기자 수가 0명이다.

2년 전 이맘 때만 해도 이 곳에서 특판 예금(연 3.2%) 소식이 떴을 때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개점 전부터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했었다.

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3%대 특판 예금에 가입하려고 3~6시간 대기했다는 사람들의 통장 인증샷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후한 금리로 내놓는 특판 상품은 출시되는 족족 완판됐다.

대기표도 제한된 수량(30~80장)만 나눠주다 보니 5당6락(5시에 가면 받고 6시에 가면 탈락)이라는 말도 유행이었다. 당시는 경기 둔화 우려로 주가가 요동치는 데다, 부동산 경기 역시 부진한 흐름이어서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 2019년만 해도 특판 예금 소식이 나오면 수요가 넘쳐났다. 사진은 은행 문이 열기를 기다리며 대기 중인 사람들. /인터넷 캡처

1년 전 가입했던 저축은행 특판 예금 만기일만 기다리고 있다는 회사원 이모씨는 “요즘 주식 종목 하나만 잘 고르면 하루에도 10%는 충분히 버는데, 뭐하러 예금에 가입하겠느냐”면서 “기회 비용 측면에서 손실이 크다고 생각한다, 만기만 되면 당장 찾은 다음 안전한 우량주에 장기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50대 자영업자 김모씨도 “자녀 결혼자금 목적으로 예금에 돈을 맡겨뒀는데, 집값 오르는 걸 보니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 “평생 예금만 하고 살아 왔지만, 이젠 답이 없어 보여 주식으로 갈아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해 30% 수익을 올렸다는 주부 황모씨는 “주식을 한 번 시작하고 나니 (쥐꼬리 예금으로) 유턴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마치 아파트 신축에서 한 번 살고 나면 다시 구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주식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이씨나 김씨, 황씨처럼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은행권 예금 이탈은 두 달 연속 1조원이 넘을 정도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497조6498억원으로 전달 대비 1조3279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은 지난 달에도 1조5342억원이 줄었다.

박경희 삼성증권 전무는 “대다수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하면 쪽박차기 쉽다는 소문만 듣고 투기라고 멀리했지만 최근 그런 편견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초저금리에 지친 자금이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에 힘입어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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