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미래] '뉴노멀'을 맞을 준비는 됐는가 / 곽노필

곽노필 2021. 1. 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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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문명은 코로나 팬데믹을 인간 세계로 가져왔지만, 동시에 코로나를 견디고 이겨내는 방법도 가르쳐줬다.

지난해 인류는 미증유의 속도로 번진 팬데믹 공포로 한 해를 보냈지만, 또한 미증유의 속도로 백신을 개발하는 성과도 거뒀다.

코로나가 드러낸 취약점은 뭘까? 코로나는 한정된 자원으로 무한 성장을 향해 달려가다 맞은 부메랑이다.

비대면 경제로 코로나 극복의 길을 찾아냈듯 과학기술이 든든한 원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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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곽노필 ㅣ 콘텐츠기획팀 선임기자

과학기술 문명은 코로나 팬데믹을 인간 세계로 가져왔지만, 동시에 코로나를 견디고 이겨내는 방법도 가르쳐줬다. 지난해 인류는 미증유의 속도로 번진 팬데믹 공포로 한 해를 보냈지만, 또한 미증유의 속도로 백신을 개발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 1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과학기술의 영향력을 더 절감했다.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게 비대면 경제의 전면 부상이다. 온라인 쇼핑과 화상회의 이용자 급증이 이를 상징한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폭증하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고용한 인력이 지난해 1~10월 42만명이었다. 이는 미국 역사에서 2차대전 특수 때나 볼 수 있었던 현상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평가했다. 화상회의 도구인 줌의 하루 평균 사용자 수는 코로나19 발생 전후 넉달 새 1000만명에서 3억명으로 늘었다.

비대면 경제의 전면화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생활에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비대면 경제는 생활의 편의성을 한층 높여줬다. 쇼핑을 위해, 일이나 회의를 위해, 문화생활을 위해 과거처럼 거리로, 사무실로, 극장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 가족 교류와 개인 시간을 확보하는 긍정 효과도 있었다. 스마트폰이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는 데 수년이 걸렸다면, 줌은 몇달 사이에 세계인의 소통 방식을 바꿔버렸다. 코로나가 변화의 가속기 역할을 했다. 물론 우리는 현장만이 줄 수 있는 오감의 경험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편리하게 사는 방법을 깨친 이상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이전의 방식으로 온전히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는 이미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도 그렇지만 모든 위기는 취약점에서 시작된다. 전염병 연구로 유명한 예일대 역사학자 프랭크 스노든은 ‘전염병은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그의 통찰에 따르면 콜레라는 19세기 산업혁명의 취약점을 공략했다. 공장의 등장과 함께 형성된 인구 밀집 도시, 그곳의 비위생적인 시설과 하수가 인간이 만든 전염병을 확산시킨 통로였다. 코로나는 20세기 세계화의 취약점을 공략했다. 세계화는 지구촌을 일일생활권, 단일시장으로 만들었다. 아침에 아시아에서 출현한 전염병이 저녁이면 유럽에 나타날 수 있다. 세계화는 또한 자연 세계의 질병을 숲 밖으로 뛰쳐나오게 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팜유 산업을 위해 서아프리카 숲의 박쥐 서식처를 파괴한 결과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류는 취약점을 보완하며 위기를 극복해 왔다. 19세기 전염병은 공중보건 시스템을 탄생시켰다. 그런 도시에 콜레라가 다시 들어설 자리는 없다. 코로나가 드러낸 취약점은 뭘까? 코로나는 한정된 자원으로 무한 성장을 향해 달려가다 맞은 부메랑이다. 이 취약점을 보완하는 길은 자연과의 공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때마침 인류가 설정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기후위기 대책이 자연을 연결 고리로 전염병 대책과 마주한 셈이다. 하지만 그사이 세계화는 인류의 이해관계를 훨씬 더 복잡하게 얽어놨다.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미래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그 일이 한결 쉬울 수 있다. 지금의 결정이 만드는 세상을 살아갈 주인공 자리에 서서 판단하는 것이다. 비대면 경제로 코로나 극복의 길을 찾아냈듯 과학기술이 든든한 원군이 될 수 있다.

몇해 전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맹세한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최근 새 옷을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더했다. 그는 올해 18살 성인이 됐다. 성장과 성공 추구를 덕목으로 알고 살아온 기성세대는 상상하기 어려운 약속이다. 21세기 ‘뉴노멀’은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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