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트럼프의 몰락 / 존 페퍼

한겨레 2021. 1. 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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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고전 드라마에서 비극적 인물들은 어쩔 수 없는 성격의 결함으로 인해 파멸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그 비극적 결함은 무한한 나르시시즘이었다.

대통령으로서 4년 동안 트럼프는 자기 자신이라는 오직 한가지에만 집중했다. 그는 오벌오피스에서 실제로 일하는 것보다 환호하는 군중 앞에 서 있기를 선호했다. 그는 자신의 외양, 명성, 업적에만 신경 썼다. 트럼프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만남이나 중동 평화협정 추진 등 다양한 외교정책을 추진했는데, 진심으로 그 나라 국민들의 삶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노벨상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트럼프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미국인들에게 최소한의 동정심을 보였다면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다. 만약 그가 1월5일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자신의 “도둑맞은 선거”에 관한 음모론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두명의 공화당 의원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면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추종자들에게 의사당으로 행진해서 대선 결과를 뒤집을 것을 촉구하는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면 두번째 탄핵소추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업가로서 트럼프는 최종결산에 관심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에 자부심을 가졌다. 대통령으로서 그는 그 브랜드에 윤기를 더해 훨씬 더 부유하고 강력해져서 퇴임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결국 트럼프는 사업보다도 자신에게 더 신경 썼다. 다음 일화는 그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톰 배럭은 지난해 11월 대선 뒤 트럼프에게 전화해, 선거 사기 주장을 멈추고 바이든 새 행정부로의 이양을 원활하게 진행할 것을 권했다. 트럼프는 설득되지 않았다. 배럭은 ‘당신의 사업을 위해서 그렇게 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그를 무시했다. 트럼프는 권력을 계속 붙들려고 막대한 법무 비용을 치르고 법정에서 잇따라 망신스러운 패배를 겪었다.

마지막으로 1월6일 트럼프는 폭도에게 내란을 선동함으로써 반헌법적 행위에 가담했다. 이 행동은 그와 가까운 공화당 사람들마저 돌아서게 했다.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죄 판결에 필요한 표가 모자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는 지지층이 줄어든 채로 1월20일 백악관을 떠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의 40% 이상이 트럼프가 공화당의 가치와 이익을 배반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또한 자신의 경제 제국에서 잠재적 손실에 직면했다. 1월6일 이전에도 트럼프오거니제이션(트럼프 기업)은 트럼프의 부채와 코로나19가 호텔·접객업에 미친 영향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마주했다. 채권자들은 트럼프가 퇴임하자마자 10억달러 넘는 대금을 청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1월6일 이후 트럼프는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은행들은 그의 계좌를 취소하고 그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에게 더 걱정스러운 것은 급속하게 플랫폼을 잃는 점일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그의 계정을 정지했다. 유튜브도 그를 차단했다. 대중에게 말할 수 없으면 트럼프는 훨씬 위축될 것이다.

1월6일까지,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겠다는 것은 믿을 만한 위협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원의 유죄 판결이 그를 공직에서 영구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트럼프는 대중의 시야에 머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트럼프는 괴물 같은 자아 때문에 비극적 영웅의 운명을 겪었다. 그러나 트럼피즘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그를 찍은 7400만명의 미국인들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에서 트럼프와 갈라선 톰 코튼 상원의원 같은 대체인물을 찾고 있을 것이다. 코튼은 2024년에 트럼프 없이 트럼피즘을 제공할 것으로 여겨진다.

트럼프는 끝까지 “도둑맞은 선거”에 불만을 품을 것이고, 너무나 많은 미국인들이 그의 허튼소리를 믿어주며 나르시시즘을 북돋울 것이다. 그러나 곧 트럼프의 자아는 미국 국내외 정책을 더이상 뒤틀지 못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끝까지 “도둑맞은 선거”에 불만을 품을 것이고, 너무나 많은 미국인들이 그의 허튼소리를 믿어주며 나르시시즘을 북돋울 것이다. 지난 12월31일 백악관 사우스론에 들어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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