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에·루·샤' 있나요? 코로나 시대 매출 희비 가른 이것
16일 오전 10시 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문을 열자마자 2층 ‘샤넬' 매장 앞에 50명 가까이 줄을 섰다. 매장 입장을 위한 등록 대기 줄이었다. 15분쯤 줄을 선 뒤 대기 등록을 마치자 ‘앞에 151명이 대기하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백화점 문 열자마자 왔고 내 앞에 50명밖에 없었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다”고 하자 안내 직원은 “대기자가 너무 많아 오전 9시부터 대기 등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제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연락이 온 건 그로부터 네 시간이 지난 오후 2시 45분이었다.
코로나 사태에 명품이 백화점들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5대 백화점 67개 점포 중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늘어난 곳은 9개.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면서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에 비해 줄었지만,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사람이 몰리는 일명 ‘오픈런’ 명품 매장을 갖춘 백화점 점포의 매출은 오히려 2019년보다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20년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4.7% 감소했지만, 3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이 모두 입점한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소공동 본점의 매출은 각각 5%대, 7.5%, 0.5%(추정)씩 늘었다.
코로나 버티려면 ‘에·루·샤’ 있어야?
전년보다 매출이 오른 현대 압구정 본점과 갤러리아 명품관(압구정동)도 3대 명품 브랜드를 모두 갖춘 점포다. 세 브랜드가 모두 입점한 백화점 여섯 개 점포 중 매출이 줄어든 것은 롯데백화점 잠실점(-3.3%)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세 브랜드가 모두 있으면 다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도 수월하다”며 “세 브랜드 입점 여부는 백화점의 위상과 소비자의 구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 같은 것”이라고 했다.
명품 브랜드에 따른 백화점의 명암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바로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롯데 센텀시티점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두 매장의 매출 신장률은 각각 7.5%와 -19%이다. 신세계 매장은 3대 명품 브랜드를 다 갖춘 반면 롯데 매장은 지난해 루이비통이 철수를 하면서 세 브랜드가 모두 빠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에루샤'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신세계 대구점은 현대 대구점에 있던 에르메스를 끌어온 데 이어 샤넬 매장 개장도 앞두고 있다. 현대 판교점도 에르메스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3대 명품을 다 갖춘 백화점 점포가 여덟 군데로 늘어나게 된다.
고가 보석·시계 매출은 급증
품목별로는 명품 중에서도 유독 보석과 시계 매출이 많이 늘었다.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현대 판교점(9.4%)은 에르메스 매장이 없지만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 피아제 등 명품 시계·보석 매장이 많다. 시계·보석을 제외한 명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에 비해 23.3% 올랐지만 보석은 50%, 시계는 25.9% 올랐다. 롯데백화점 매장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면한 인천터미널점(1.8% 성장)의 ‘선방’ 비결도 명품 시계였다. IWC, 예거르쿨트르, 파네라이, 위블로 등 고가 시계 매장 아홉 군데가 입점했다.
코로나 쇼크 속에 명품 매출이 늘어난 것은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 초기인 지난 3월, 에르메스·루이비통·케링 등 명품 3대주(株)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가 11월 중순 3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르메스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4.2% 늘어났고, 루이비통이 속한 LVMH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패션·가죽 부문은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여가나 여행 지출이 줄어든 대신 명품을 향한 ‘보복 소비’가 일어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명품 보석 업계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이 신혼여행을 안 가고 결혼식 규모를 줄이면서 예물 예산이 커졌다”고 했다. 명품을 소비하면서 ‘코로나 블루’로 인한 불안, 우울을 해소한다는 시각도 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에도 소비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스포츠카, 보석 등 매출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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