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구형, LG의 닥터K..임찬규 "약점을 장점으로 덮을 수 있게"
[스포츠경향]
새해에도 한국시리즈 진출 목표는 변함 없다. 그러나 제구형 투수로 향하는 이제, 탈삼진 욕심은 더 강해지고 있다. 임찬규(29·LG)가 새해에도 탈삼진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10승(9패) 평균자책 4.08을 기록한 임찬규는 탈삼진 부문 전체 7위에 올랐다. 138삼진으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국내 투수 중 양현종(149개)에 이어 가장 많은 삼진을 잡은 투수로 자리했다. 9이닝 당 8.41개로 롯데 댄 스트레일리(9.48개)에 이은 전체 2위였다. 강속구 투수 라울 알칸타라(8.24개)보다도 앞섰다.
임찬규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구속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2018년 첫 10승을 거둬 LG 토종 선발 희망을 키우고도 2019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던 임찬규는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이 잡았다. 팔꿈치 수술 이후, 신인 시절과 같은 강속구를 더 이상 던지지 못하는 임찬규는 130㎞대 후반대의 구속을 보완하고자 제구에 ‘올인’ 했다. 직구와 변화구의 릴리스포인트를 일정하게 맞추는 연습에 집중했다.
탈삼진 능력이 꼭 구속과 비례하지는 않지만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 대부분은 빠른 공을 보유하고 있다. 묘하게도 임찬규는 구속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삼진을 잘 잡는 투수가 되고 있다.
데이터 공부를 열심히 했다. 임찬규는 “구속보다 커맨드에 중점을 두기로 하면서 피치터널에 주목했고 이를 활용하면서 커브와 체인지업이 더 좋아져 탈삼진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피치터널’은 타자의 시야에서 볼 때 공이 릴리스포인트부터 동일하게 움직이는 구간을 뜻한다. 이 구간이 길수록 타자는 혼란스럽다.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는 대신 직구와 변화구 릴리스포인트를 최대한 동일하게 하고 궤적까지 비슷하게 만들고자 노련한 것이 탈삼진 증가와 또 한 번의 10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10승을 처음했던 2018년과 달리 지난해는 임찬규가 투수로서 정체성과 자신감을 찾는 데 있어 대단히 의미있는 시즌이 되었다. 임찬규도 “2018년에는 운이 좋아 득점 지원을 많이 받았지만 지난해는 세부 지표들이 안정적이었던 것 같다. 올해는 WHIP이나 FIP 같은 수치를 더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탈삼진 욕심도 드러냈다. 임찬규는 “자부심이 있다. 내 구속과 구위로 탈삼진이 많은 것은 변화구에 확실한 장점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 삼진 잡는 능력은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LG는 지난 시즌 차우찬이 없는 중에도 임찬규가 선발진 중심을 잡아준 덕에 한 시즌을 버틸 수 있었다. 올해도 한국시리즈를 바라보는 LG의 꿈과 토종 선발 임찬규의 꿈은 같은 길로 향할 수밖에 없다.
임찬규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은 10월28일 잠실 한화전이었다. LG가 역전패 하면서 하루아침에 4위로 미끄러져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게 된 경기였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던 임찬규는 지금도 그날의 무거웠던 마음을 잊지 못하고 올시즌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 임찬규는 “이제 중고참이 되었는데 꼭 팬들과 함께 정상에서 같이 웃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고, 평균자책이든 탈삼진이든 모든 부분에서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 약점이 분명히 있겠지만 장점으로 덮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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