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끓는 식탁 물가.."장 보기 겁나요"
채소·과일 가격도 치솟아
음료 등 가공식품도 들썩
[경향신문]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양주현씨(39)는 얼마 전 집 앞 마트에서 깐양파를 집어들었다 그냥 내려놨다. 3인 가구가 먹는 양파라야 고만고만한 양이지만 편의성만 따지기에 최근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대신 대량판매를 하는 할인점으로 걸음을 옮긴 그는 “계란도 유기농이나 친환경으로 10개씩 샀는데 이번에 30개짜리를 사고 양파도 한 망 통째로 샀다”면서 “예전에는 다 못 먹고 버리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니 일단 싸게 사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한 달가량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영향으로 닭과 오리, 달걀 가격이 요동치더니, 양파·파·마늘 같은 양념류 채소값에 과일 등 성수품까지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 15일 기준 달걀 한 판(특란 30개) 소비자가격은 평균 6659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상승한 것은 물론 한 판에 6000원을 돌파한 일주일 전보다도 10%나 오른 것이다.
냉동 비축분이 충분한 오리와 닭도 가격 상승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 오리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2% 올랐고, 대형 유통업체 할인행사로 한동안 안정적인 가격을 보였던 닭도 10.6%,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AI 살처분 숫자가 늘면서 산지발 수급불안이 식탁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병원성 AI 확진으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지금까지 모두 1863만마리에 달한다.
지난해 가을 ‘금(金)추 대란’이 일었던 배추와 무가 안정세를 보이자 이번에는 양념류 채소값이 치솟고 있다. 1년 전 1㎏에 1648원이던 양파는 2791원으로 69%나 뛰었고, 파(1㎏)는 2779원에서 4248원으로 53% 올랐다. 이 밖에 깐마늘(44%), 시금치(33%) 등도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2020년산 마늘과 양파는 전년 대비 각각 3~9% 재고량이 적은 데다 부패율도 높아 3~5월까지 평년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파도 겨울 대파 생산량이 14%나 줄어 3월까지는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 성수품인 과일 가격도 예년에 비해 크게 비싸졌다. 상품 기준 10개 3만2600원 수준이던 신고배는 4만1588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원 가까이 올랐고, 지난해 재배면적이 줄고 화상병 피해가 컸던 사과(부사 10개)는 1만8035원에서 3만343원으로 68%나 뛰었다.
가공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파는 코카콜라 가격을 100~200원씩 인상했고, 해태htb는 평창수 생수와 ‘갈아만든 배’ 1.5ℓ 가격을 각각 100원, 400원 인상했다. 풀무원도 지난 7일 대두 가격 인상을 근거로 두부 납품가격을 최대 14%, 콩나물의 경우 10% 인상하겠다고 밝혀 식품업계 가격 인상 릴레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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