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죽게 내버려두는 '생명권력' / 안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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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는 감옥, 군대, 병원, 학교를 근대의 상징 공간으로 봤다.
감옥은 이들 공간의 특징이 응축된 정점이다.
감옥, 군대, 병원, 학교는 하나같이 규율을 가르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드는 곳이다.
감옥과 장애는 매우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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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미셸 푸코는 감옥, 군대, 병원, 학교를 근대의 상징 공간으로 봤다. 감옥은 이들 공간의 특징이 응축된 정점이다. 중세의 형벌이 주로 공개 처형 같은 신체형이었다면 근대의 형벌은 형기를 채우게 하는 구속형이다. ‘교도소’라는 이름에도 나타나듯, 구속형의 명분과 목적은 규율의 내면화에 있다. 감옥, 군대, 병원, 학교는 하나같이 규율을 가르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병원이 유독 튄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라는 소년체전 구호를 보자. 개인의 건강한 신체는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의 것이기도 하다. 근대 ‘규율권력’에 ‘신체건강’과 ‘품행방정’은 실과 바늘 같은 노동자 규범이며, 의료 행위는 그런 노동자를 공급하기 위한 조처의 일부다. 그럼에도 끝내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몸은 ‘장애’로 규정해, 철저히 분리하고 배제한다.
푸코 이론은 비유를 넘어 엄연한 현실로 증명된다. 감옥과 장애는 매우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미국 교정시설 수감자의 30%는 청력 상실로, 9.5%는 지적장애로 추정된다. 캘리포니아주 수감자의 25%는 ‘중증 정신장애’로 진단된다. 수감된 청소년의 55%는 학습장애가 있다고 한다.(<먼슬리 리뷰> 통권 53호, ‘장애, 감옥 그리고 역사적 분리’, http://monthlyreview.org/2001/07/01/disablement-prison-and-historical-segregation) 이런 통계는 당연히 유전적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결과다.
코로나19는 이 공간들이 바이러스라는 교차로에서 어떻게 만나는지를 잔혹하게 보여준다. 교정시설과 요양원·병원, 정신병원, 장애인시설 등에 적용되는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는 사실상 외부만을 위한 방역 전략이다. 외부와 차단된 내부의 숙주들을 통해 바이러스는 ‘배양’된다. 말 그대로 분리와 배제이며, 푸코가 말한 ‘생명권력’, 즉 “살게 하고 죽게 내버려두는 사회”의 민낯이다.
지난 연말 서울 송파구 장애인 거주시설 ‘신아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장애인단체들이 확진자의 분산 배치와 비확진자의 긴급한 ‘탈시설’을 요구하며 거리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을 시설에 집단으로 수용하는 것은 ‘감금’을 넘어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비유가 아닌 실재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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