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트롯걸 열전] '미스트롯' 최고의1분② '임서원vs김태연'

최보윤 기자 2021. 1. 1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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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2'에 출연한 임서원의 nc 백화점 광고 모습

놀라움 뒤엔 더 큰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4일 29.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TV조선 ‘미스트롯 2’. 1대1 데스매치 경연이 벌어진 이날 순간 최고 시청률31.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주인공은 9살 김태연과 10살 임서원이었다. 다음 회차(6회)엔 인기투표 1위이자 ‘음원 강자’인 중학생 전유진, 예선 미(美) 출신 캡사이신 보이스 김의영, 모델 비주얼 팀미션 진(眞) 황우림 등 마스터예심과 본선을 통해 주목받은 예비 스타들의 1대1 데스매치 무대가 기다리고 있어 ‘마의 30% 돌파’도 예상해볼 수 있다. 또 이날 추가 합격자 발표도 예정돼 있다. 지난 5회 말미엔 언택트 시청자 판정단과 함께하는 ‘메들리 미션’이 공개돼 시청자들을 더 설레게 하고 있다.

짧게 지나간 화면이었지만 눈빠른 시청자들은 김태연의 출연 장면과 곡목을 짚어냈다. 바로 ‘조선의 힙(hip)’이라 불리는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를 베이스 기타와 드럼으로 재해석하고 EDM 비트를 결합해 현대적으로 탈바꿈시켰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로 중독성 있게 흥 돋우는 신묘한 음악에, 현대무용을 하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합을 맞춘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시리즈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각종 플랫폼에서 총 5억 뷰를 넘어섰다. ‘국악 신동’으로 정평난 김태연이 퓨전 장르를 어떻게 소화해 낼지 관심이다.

'범 내려온다' 김태연 예고

국악계에서 이미 이름난 김태연은 임서원에게 1대1 데스매치에 나서는 ‘출사표(!)’를 통해 “언니는 3년차이고 난 5년차라서 내가 노래로는 선배”라고 당당하게 말한 바 있다. “10대는 돼야 ‘미스트롯’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는 임서원에 맞선 말이었다. 예능 속 귀여운 신경전이지만, 그만큼 둘은 여느 아이와는 다른 실전 경력을 지니고 있다.

‘경력직’ 순서로 먼저 3년차 임서원. 미스트롯2 ‘티저 광고’에서 ‘엔딩요정’을 맡았던 살아있는 인형 그 자체. 경연하면서 보여준 귀여운 말투와 사뭇 의젓하고 의연한 태도는 어른들도 배울 만 했다. 카메라 앞에서 당당한 태도는 길거리 버스킹에서 나온다. 임서원에게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봤을 만한 영상. 공주 머리핀을 달고 요정 옷만 입고 다녔을 것 같은 이 아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삼촌과 함께 아줌마 뽀글 파마에 몸뻬를 입고 막장 댄스를 췄다는 것.

'길거리 유튜브 스타'로 KBS 아침마당에 삼촌과 함께 등장한 임서원

2018년 4월 업로드된 이 영상은 800만뷰를 넘기며 ‘끼쟁이’ 임서원을 대중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유튜브채널 임서원tv(구독자 7만5300여명)를 통해 길거리 버스킹, 연기연습, 아이돌 노래 연습 등 다양한 영상을 올렸다. 지금까지 총 조회수는 1345만회. 만능엔터테이너라는 단단한 집을 짓기위해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영상 속 임서원은 완전히 망가지든, 신나게 놀든, 인형 같은 표정을 짓든,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격한 치어리딩 댄스를 보여주며 ‘너는 내 남자’로 전국 언니 오빠 이모 삼촌들의 마음을 훔쳐버린 이날도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없다”고 말했다. 제작진 인터뷰에서 무기를 ‘춤'이라고 말했지만 임서원의 숨은 무기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도전할 준비가 돼 있는 자신감이었다. 임서원의 무기는 바로 임서원 그 자체였다.

임서원이 ‘흥’이었다면 ‘한’의 정서를 표현한 김태연. 그의 ‘간대요 글쎄’는 15일 함께 발매된 김다현의 ‘회룡포’와 함께 음원 차트에 빠르게 오르고 있다. 17일 벅스 성인 가요 차트에선 임영웅의 ‘이제나만 믿어요’에 이어 김태연의 ‘간대요 글쎄’가 2위, 김다현의 ‘회룡포’가 3위를 차지했다.

멜론에선 트로트 일간차트(17일 오전 11시 기준)에선 전유진의 ‘서울 가 살자’가 24위로 ‘미스트롯2’ 앨범 중에선 가장 높은 순위. 그 뒤로 김다현의 ‘회룡표’가28위로 신규 진입했고, 그 뒤를 ‘미운사내’(30위·느낌좋지윤) ‘손님온다’(31위·성민지화자좋다)에 이었다. 이어 김태연의 ‘간대요 글쎄’도 33위로 새롭게 차트에 진입했다. 5회 데스매치서 함께 노래했던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초등생 두명의 노래가 차트에 오른 것이다. 그만큼 ‘듣는 맛’이 입증됐다.

김태연 미스트롯2 1:1매치

김태연은 오디션이란 형태의 경연에 참가하고는 있지만 매 번 한 편의 공연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태교로 판소리를 들었다”던 김태연이다. 4살때부터 판소리와 민요를 흥얼거렸다. 6살때부터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해 온갖 상을 휩쓸었다.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 최연소 대상, 박동진 판소리 대회 대상, 진도 민요 명창 대회 금상, KBS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 27회 임방울국악제 초등부 금상.. 신동, 영재, 천재,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다 붙었다. 지난해엔 남상일과 함께 출연한 불후의 명곡 신동 특집 우승에 이어 왕중왕전 우승도 거머쥐었다. 미국 워싱턴DC케네디홀 공연과 뉴욕 카네기홀 공연도 했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회식에서 애국가 독창도 했다. 국악계 한국 국가대표라고 할 만 하다.

김태연은 이제 트로트라는 새로운 장르에 스스로를 시험대 삼아 도전하고 있다. 그를 가르친 박정아 명창은 “흥보가 한 바탕 배우는 데 보통 5~10년이 걸리는데 태연이는 3년 만에 거의 끝나갔다. 너무 잘 해서 놀랄 때도 많았다”며 천재성을 칭찬한 바 있다. 음악적 감각과 해석력 모두 타고났다는 것. 재능에 노력까지 갖췄는데, 즐기기까지 한다면 누가 당해낼 수 있을까.

중후한 목소리로 깊은 감수성을 쏟아낸 ‘대전 부르스’로 몸을 푼 김태연은 정통 트로트 ‘간대요 글쎄’로 단단히 감정선을 벼렸다. 원곡은 떠나는 연인에 대한 이별 노래였지만 김태연의 입에선 다르게 들렸다. 단전에서 끌어올리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첫 소절부터 귀기울이게 만들지만, 떠나는 사랑에 대한 미련이나 애수 그리움 그 이상이었다.

가사 속 싸늘하게 식은 커피잔은 까많게 타버린 김태연의 단장사(斷腸詞)였을지도 모른다. 김태연은 지금 홀로서기 중이다. 오랜 기간 그를 가르친 박정아 명창이 암 4기로 투병하고 있어서다. 얼마전 박정아는 애제자인 김태연에게 더 이상 가르치기 힘들다고 전했다. 어린 김태연에게 그 어떤 이별 선언보다 참연히 다가왔을 것이다.

예심에서 장윤정 마스터가 김태연을 가르켜 “몸 자체가 음악”이라 했듯 노래와 하나된 김태연에게 장르라는 건 그 다음의 이야기였다. 그는 김태연이란 악기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병마와 지금도 싸우고 있는 박정아 명창은 방송을 통해 김태연에 “우리 노래를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국악으로든 트로트로든 김태연은 그 약속을 지킬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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