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VS 트럼프, 막판 제재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1. 1. 17. 12:05 수정 2021. 1. 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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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란혁명수비대가 16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세파뉴스AP연합뉴스


이란혁명수비대가 16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란 핵합의(JCPOA) 재협상을 앞두고 조 바이든 차기 미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이란과 거래한 기업들을 무더기 제재하자 무력을 과시한 것이기도 하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날 이란 중부에서 발사한 미사일 두 발이 1800km를 날아 인도양 한가운데 ‘가상의 적대적 선박’으로 설정된 모의 표적을 타격하는 모습을 국영 TV를 통해 공개했다. 1800km는 이스라엘과 중동 역내 미군기지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현지매체 아프카르 뉴스는 과거보다 발사 준비 시간이 10분의 1로 줄어서 배치 후 5분 이내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란은 지난 4일 한국 상선을 나포한 데 이어 5~6일 드론 군사훈련에 돌입하고, 13~14일 오만만에서 해상 훈련을 벌이는 등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를 강화해왔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당선자는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한 JCPOA 복귀를 공언해왔다. 그런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지난 3일 JCPOA 협상이 재개된다면 탄도미사일 논의를 새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JCPOA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 사찰을 받는 대가로 국제사회는 대이란 제재를 풀기로 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탄도미사일 관련 규정은 없다. 미국이 JCPOA 재협상 문턱을 높이자 미국을 겨냥해 무력시위를 벌인 셈이다.

이번 탄도미사일 공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기업에 추가 제재를 가한 이튿날 이뤄지기도 했다. 미국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명의로 이란 국영 선사인 IRISL와 이 회사와 거래한 7개 외국기업과 개인 2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들 기업이 이란의 대량살상무기 조달 담당자들이 선호하는 해운회사라고 설명했다. 또 이란의 해양산업기구(MIO), 항공우주산업기구(AIO), 항공산업기구(IAIO)가 이란의 재래식 무기 공급에 기여했다면서 막판 제재를 가했다.

2018년 트럼프 정부가 JCPOA에서 탈퇴한 뒤 이란은 JCPOA 합의 조항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것으로 맞대응해왔다. 특히 이란은 우라늄 농축 비율을 20%로 올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앞으로 4~5개월 안에 이스파한에 있는 핵시설에서 금속 우라늄을 제조하는 설비를 도입하겠다고 IAEA에 통보했다. 금속 우라늄은 원자로의 연료인 우라늄을 금속막대 형태로 만든 것으로 원자력발전뿐 아니라 핵무기에도 쓰인다. JCPOA 규정에서 이란은 15년간 금속 유라늄을 제조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JCPOA에 서명한 영국·프랑스·독일은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의 금속 우라늄 생산은 JCPOA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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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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