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사면 막아서는 '공약·사과·여론'..내일 문대통령의 답은

구교운 기자 2021. 1. 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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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당시 "뇌물·횡령 등 사면 않겠다" 공약..李·朴 모두 뇌물 혐의
與 '반성·국민적 공감대' 조건 붙여..내일 신년 회견서 '원론적 입장'만 밝힐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담은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붙은 공약과 사과, 여론 등 조건들을 어떻게 풀어낼지 국민의 관심이 높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라인 화상연결 방식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방역·사회 분야와 정치·경제 분야, 외교·안보 분야로 나뉘어 질문과 대답이 오고갈 예정이다.

정치권에서 관심이 높은 현안은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꼽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적절한 시기가 오면 두 전직 대통령(박근혜·이명박) 사면을 문 대통령께 건의드리겠다"고 말한 뒤 정치권에서 논란이 돼 왔다.

사면을 위한 법적 요건은 이미 갖춰진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징역 17년이 확정됐고 박 전 대통령도 지난 14일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앞서 확정된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까지 합하면 총 징역 22년이다.

법적인 조건은 갖춰졌지만 문 대통령의 결정을 제약하는 조건들이 있다.

먼저 문 대통령이 제시한 약속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횡령·배임죄 등 5대 중대 부패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시장을 교란하는 반시장범죄를 저지른 재벌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를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다스(DAS)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는 등 개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적용 법조를 보면 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국고손실·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문 대통령이 언급한 죄들이다.

'국정농단'으로 유죄가 확정된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가 포함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제로 모금하고 최씨의 정유라씨 승마 지원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결정할 경우 공약을 스스로 깰 수밖에 없는 명분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박 전 대통령 혐의에 연루돼 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서원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물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이었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상황과 여건이 변하면 그 정도(공약을 깨는 것)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제시한 조건들도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데 제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뒤 당 내에서 반발이 거세자 민주당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국민적 공감대와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반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문 대통령에게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면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은 셈이 됐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문 대통령으로선 당의 의견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사면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기 때문에 남용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사면권 제한 공약을 내세웠던 문 대통령이 당 내 동의도 얻지 못하고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거나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국민 통합'이란 명분을 내세워 특별사면을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해 신년 기자회견에선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여부를 못박지 않은 채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최종 결정을 미루고 여론의 추이를 보겠다는 것이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 13일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의 눈높이'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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