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드러낸 사회적 격차 해소 시급하다"

조철 북 칼럼니스트 2021. 1.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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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아 전국의 아이들이 워킹맘들의 24시간 일감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워킹맘들의 직장 일을 누가 줄여주었나? 양성평등 정책 차원에서 당연히 워킹맘의 업무를 줄여줘야 했겠지만 그렇게 해 준 직장이 있었나?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일이다. 그러니 내게 놀라운 것은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이 아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반여성적 환경에서도 아직까지 아이들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든 서열이 있지만, 한국의 서열은 그냥 수직적인 직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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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 우리의 오늘에 대해 질문 던진 박노자 교수의 《미아로 산다는 것》

(시사저널=조철 북 칼럼니스트)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아 전국의 아이들이 워킹맘들의 24시간 일감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워킹맘들의 직장 일을 누가 줄여주었나? 양성평등 정책 차원에서 당연히 워킹맘의 업무를 줄여줘야 했겠지만 그렇게 해 준 직장이 있었나?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일이다. 그러니 내게 놀라운 것은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이 아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반여성적 환경에서도 아직까지 아이들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으로 불리며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쏟아냈던 박노자 교수. 2001년 귀화해 한국인이 된 그는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한국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련에서 태어나고, 러시아에서 자라, 한국에서 공부하고, 노르웨이에서 가르치는 그가 최근 2020년의 한국을 돌아본 사회비평서 《미아로 산다는 것》을 펴냈다.

《미아로 산다는 것|박노자 지음|한겨레출판 펴냄|252쪽|1만5000원》

불안과 가난, 고독의 무게 감당하며 떠도는 시대 진단

"가끔 내 삶을 돌이켜보며 '이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미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인간이 군중 동물이니만큼 그가 속해 온 군중의 '문화' 역시 인간에게 집이 된다. 하지만 많은 20대 한국인이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를 중소기업에 다니고, 고시원, 원룸,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연애' 같은 장기적 관계를 유지할 에너지마저 갖지 못한다. 그들은 뿌리 뽑힌 채 그 어떤 보장도 없이 '액체 근대'의 노도를 혼자 몸으로 헤엄쳐 보이지 않는 육지를 찾아야 한다."

박 교수가 보기에 한국은 대다수 구성원이 '집' 없이 미아로 살아가는 사회다. 사회 구성원의 47%가 자기만의 집 없이 떠돌아야 하고, 대다수 청년이 자기만의 자리를 찾을 여유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미아가 된 구성원들이 연대가 아닌 혐오로 고립을 벗어나려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가 보여준 것은 질병에 대처하는 각국의 행정력과 준비력 그리고 정치적 의지의 '차이'뿐만이 아니다. 각국 내의 무서운 '사회적 격차'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부자, 즉 중산층 이상의 구성원이나 공공 부문 및 대기업 종사자는 그저 '불편함' 정도를 느끼는 반면 외부자, 즉 중소기업 노동자나 불안 노동자 또는 자영업자 등은 그야말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을 '급(級)의 사회'로 규정한다. 어느 사회든 서열이 있지만, 한국의 서열은 그냥 수직적인 직선이라는 것이다. 학벌, 나이, 성별 등 모든 면에서 등급을 매기고 거기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데, 그중에서도 '재력'의 힘이 가장 세다고 진단한다.

"신자유주의의 큰 원칙 중 하나는 국가 위에 자본이 있는 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국가가 알아서 봐주는 시스템이다. 이 구조에서는 자본가만 승리하고, 대다수는 노동을 하면 할수록 가난하고 병든 삶을 살게 된다. 노동은 더욱 값싸지고, 자본가들은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다. 지금은 세금을 강하게 매기고 있다고 해도 큰 흐름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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