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4700만원 못받나요" 지역주택조합원 자격상실 시민 하소연

이수민 기자 2021. 1.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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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전경.(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News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제일 좋은 층, 인기 많은 평수 얻고 기뻤어요. 그런데 4700만원 계약금을 통으로 날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죠."

14일 오후 광주 서구 농성동에서 만난 김명숙씨(52)가 한 아파트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봤다. "1가구 2주택이 뭔지, 그것만 제대로 알았어도 저기가 내 집인데…"라며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8월 농성동에 들어설 한 아파트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행한 일이었다.

한번도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해보지 않았기에 '돈만 내면 무조건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다. 뒤늦게 알았지만 지역주택조합 관련해 무슨 법이나 규정 같은 게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돈만 내라고 할 때 맞춰서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달 뒤인 9월16일 업무추진비(1500만원)와 계약금(3100만원), 발코니 확장 계약금(100만원)으로 총 4700만원을 납부했다.

계약금 3100만원은 김씨가 입주하게 될 아파트 부담금 3억1110만원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동과 층수, 제일 잘 나간다는 평수까지 확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씨네 가족은 "새 아파트에 이사가는 것이냐"며 설렜다.

하지만 2016년 8월18일, 조합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그가 '무주택 결격' 사유로 '부적격자'로 결정됐다는 내용이었다.

남편의 명의로 갖고있던 자녀의 집이 1가구 2주택에 해당해 부적격 판정이 난 것이다.

해당 조합의 조합규약 9조와 주택법 시행령 21조에 따르면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중 단 한명만이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다행히도 해당 지역주택조합은 그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했다. 그는 12월19일 부랴부랴 시어머니에게 조합원 지위를 승계했다.

그러나 1주일도 안돼 또 한번 조합에서 연락이 왔다. 조합은 "시어머니 역시 '무주택 결격' 사유로 부적격자로 선정됐으니 승계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시동생이 시어머니 앞으로 전입을 해둔 상태였고 글을 잘 읽을 줄 모르는 시어머니가 이를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고 "손해를 감수할테니 2차 조합원으로라도 가입해 달라"고 사정했고, 이에 지역주택조합은 "구제방안을 강구하겠다.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조합 측은 시간이 흘러도 김명숙씨에게 연락을 주지 않았고, 몇 차례의 접촉에서도 조합은 "알아봐 주겠다"는 답변만 내놓으면서 시간을 지체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김씨를 제외한 728명의 조합원과 함께 서구청에 아파트 변경인가 신청을 했고, 인가 결정을 받게 된다.

아파트는 세워졌고 입주민들이 속속 채워졌다. 그사이 김씨가 배정받았던 호수에도 새로운 분양인이 자리를 채웠다.

그제서야 김씨는 속았다고, 자신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결국 2017년 8월 김씨는 자신이 이미 지불한 47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조합 측은 "계약서상 자격상실이 되면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김씨가 뒤늦게 찾아본 주택조합 가입 계약서에는 '조합원 자격이 일괄 상실된 경우 주택법령, 조합 규약 및 본 계약서에 의거, 자격이 상실되었으므로 본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

또 '본 계약의 해제(지)로 인한 환급시 기납입한 부담금 중 업무추진비, 연체이자는 환급대상이 아니며 조합원 부담금 총액의 10%를 위약금으로 공제하고 신탁등기비, 연체료, 중도금 대출 등을 공제한 후 환불 처리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므로 김씨가 환불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기입금한 4700만원 중 업무추진비 1500만원과 계약해지 위약금 3111만원을 뺀 89만원 뿐이다.

이에 김씨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국민신문고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게시했다. 법률사무소도 찾았지만 "계약서상 명시된 내용이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

김씨는 농성동 아파트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발품을 팔아 열심히 쫓아다녔던 내 집은 한 순간의 무지함으로 남의 집이 됐다.

최근 해당 아파트에 1억원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가족들의 눈살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씨는 "프리미엄의 아쉬움이나 내 집 마련의 꿈은 잊은 지 오래이니 내가 낸 돈만이라도 돌려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해당 조합의 조합장은 "모집비, 운영비, 홍보비 등 각종 비용이 조합원 계약금에서 부과되다 보니 김씨가 납부한 금액에서도 지출이 발생했다"며 "법적으로나 회계상으로나 돈을 돌려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격상실 전 여러 번 기회를 줬음에도 소명하지 못한 김씨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대신 "김씨의 억울함에 대해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가 일부 손해를 감수한다면 상호 협의를 거쳐 환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개정 주택법은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가입자에게 약관에 대한 설명의무를 강화하게 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2020년 12월11일 이후부터 적용돼 이전 가입자인 김씨의 사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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