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희의 러시아 프리즘] 소뱌닌 시장과 모스크바의 변신
서울 시장 보궐선거가 석 달 남짓 남았다. 여야의 모든 후보가 전임 시장 시기와는 차별되는 부동산 정책을 앞 다투어 내놓으며 민심을 사로잡으려 애쓰고 있다. 서울 시민들도 누가 서울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펴보는 중이다.
오늘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와 모스크바 시장 소뱌닌에 대해 다룰까 한다. 모스크바는 8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고도이다. 모스크바가 러시아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1147년으로 기록되지만 러시아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14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터다. 키예프 루시의 작은 분령지였던 모스크바가 몽골 지배하에서 종교적, 경제적, 정치적 중심지로 부상했던 것이다. 이후 모스크바는 오랫동안 모스크바국의 수도로, 러시아의 중심지로 기능했다. 표트르 대제가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이전한 1712년부터 레닌이 수도를 다시 모스크바로 옮긴 1918년까지 약 200년간 모스크바는 수도의 지위를 상실했지만 이때에도 모스크바는 여전히 러시아의 경제적, 문화적 중심지였다.
모스크바를 처음 방문한 것은 소련 말기인 1991년 여름이었다. 모스크바의 관문인 세레메체보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부터 숙소였던 모스크바국립대학교 기숙사에 도착할 때까지의 일련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국제공항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도로에도 차가 몇 대 없어서 도시가 매우 썰렁해보였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의 첫 인상은 유령의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 거의 매일같이 지도를 들고 모스크바 거리 곳곳을 걸어 다니면서 꽤 자세히 도시 탐방을 했다. 덕분에 모스크바 거주민이 된 것처럼 모스크바를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재작년 겨울 모스크바를 다시 방문했을 때, 내게 익숙했던 그 모스크바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키예프역 근처 숙소에서 세레메체보 국제공항에 가는 길 내내 내가 모스크바의 어디쯤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스크바 시티 지역, 새롭게 만들어진 도로들,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를 차로 한 시간 넘게 가야했던 도시의 극심한 교통 체증,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삼십 년이 지났으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더욱이 이 삼십 년이 일상적인 삼십 년이 아니지 않은가? 소련으로부터 시작해서 1990년대의 극심한 혼란의 체제전환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니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 많이 변해버린 모스크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스크바는 소뱌닌 시장 재임 기간인 지난 10년간 크게 확대, 발전되었다. 모스크바시 남서쪽 방향의 약 14만7,000ha의 땅을 모스크바시에 편입함으로써 모스크바시 면적이 총 25만 5,000ha로 2.4배 증가하였다. 이로써 교과서에 실릴 수준의 전형적인 원형 도시였던 모스크바는 커다란 혹을 붙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편입된 뉴 모스크바 지역에서는 도로 건설, 지하철 노선 연장, 주택, 학교, 병원 건설이 잇따랐다.
한편 모스크바 도시 재개발도 병행되었다. 초고층 빌딩으로 모스크바 도시 경관을 극적으로 바꾼 모스크바 시티의 경우 프레즈넨스카야 제방 변의 오래되고 낙후한 공장 지대를 재개발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임 시장인 루즈코프 시기에 인가가 난 것이지만, 100층이 넘는 페더레이션동부타워를 비롯한 여러 빌딩이 소뱌닌 시장 재임기에 완공되었다. 이 외에도 도시 노후주택 재개발이 진행되어 '소뱌닌키'라 불리는 저렴한 아파트가 공급되어 백만 명의 기존 거주자 수혜를 받았다.
동시에 소뱌닌 시장은 1조 5,000억루블을 들여 도시 경관을 재정비하였다. 소련 시절에 만들어져서 매우 낙후되었던 전러시아박람회장 및 고리키공원을 새롭게 단장하였고 도심지에 보행자 도로를 만들었다. 황폐한 역사적 건물들을 복원하는 데도 힘을 썼다.
소뱌닌 시장의 업적에 대해 모든 모스크바 시민이 만족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소뱌닌 시장 재임기에 모스크바가 몰라볼 정도로 변모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음 번 출장에서는 새로운 모스크바 지도를 들고 도시 탐방을 다시 해야겠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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