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막사로 변한 美국회의사당, 내부 들어가보니..
고요하고 엄숙한 국회의사당의 분위기는 본관 지하에서 연결되는 별관의 방문자 센터(visitor center)로 들어가자 완전히 달라졌다. 군복을 입은 주 방위군 병사 백여 명이 곳곳에 앉거나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병사들의 배낭은 바닥에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말 그대로 임시 막사였다. 홀 한 쪽에서는 교대 순번이 된 병사 30명 정도가 검은색 총을 들고 중무장을 한 채 출입구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문자들이 이용하던 카페테리아는 병사들의 구내식당이 돼 있었다. 늦은 오후의 순찰 근무를 끝내고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군복 차림의 병사들로 테이블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었다. 커피를 한 잔 사려는 기자에게 한 병사는 “이 카페테리아는 우리 같은 병사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 일반인이 따로 돈을 내고 음식이나 음료를 사기는 어렵다”고 알려줬다. 그러고 보니 의회 출입증을 목에 건 채 바쁘게 오가는 보좌관 한두 명과 기자를 빼놓으면 민간인은 아무도 없었다.
워싱턴 보안당국은 이날부터 취임식까지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인근의 모든 지하철역을 봉쇄했다. 자동차 도로들도 워싱턴 진입 구간부터 거의 통제다. 기자증이나 의회 출입증이 없는 외부 일반인들은 사실상 워싱턴 중심부로 들어갈 없다. 기자가 국회의사당에서 멀리 떨어진 지하철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은 뒤 여러 차례의 검문 구간을 거쳐 정문을 통과하는 데까지는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워싱턴 당국은 대통령 취임식 관련한 치안 및 통제 상황을 알리는 언론 브리핑과 함께 각종 공지문자 발송을 계속하고 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혹시라도 수상한 행동을 보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신신당부하며 신고 번호를 카메라 앞에서 직접 불렀다. 취임식 기간에는 워싱턴을 방문하지 말고 집에서 TV로 행사를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이날 총을 비롯한 무기 외에 반려동물, 풍선, 플래카드는 물론 셀카봉까지 모두 포함시킨 취임식 행사 ‘금지 품목’을 공지했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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