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천재' 배유나.. 그는 건재했다

양형석 입력 2021. 1.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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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16일 현대건설전 블로킹4개 포함 13득점 활약, 도로공사 4위 도약

[양형석 기자]

도로공사가 현대건설을 제물 삼아 역전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1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6,21-25,25-16,25-18)로 승리했다. 지난 13일 선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게 2-0에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던 도로공사는 3일 후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면서 KGC인삼공사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승점24점).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 46.67%의 공격성공률로 29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클러치박' 박정아도 18득점으로 흥국생명전 9득점의 부진을 씻었다. 그리고 이날 도로공사에서는 리그 최고의 배구센스를 가지고 있는 이 선수가 무려 81.82%의 공격성공률과 함께 블로킹 4개를 곁들이며 13득점을 올렸다. 부상 복귀 후 첫 시즌에 곧바로 '배구천재'의 명성을 되찾은 배유나가 그 주인공이다.

긴 시행착오 겪은 '천재소녀'
 
 중앙공격수로는 평범한 신장(180cm)을 가진 배유나는 리그 최고 수준의 배구센스로 정상급 센터로 군림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배유나는 고교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 받았다. 당시 배유나에게 붙었던 별명이 '천재소녀'였을 정도. 배유나를 지명하는 팀은 김연경을 데려 간 흥국생명이 그랬던 것처럼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35%의 확률을 가지고 있던 GS칼텍스 KIXX는 50% 확률의 KT&G 아리엘즈(현 인삼공사)를 제치고 배유나를 데려 올 수 있는 1순위 지명권을 따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배유나 육성'에 있어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배유나의 다재다능함에 심취한 GS칼텍스는 배유나에게 고정 포지션을 정해주지 않고 좌우 날개와 중앙을 옮겨 다니며 어린 선수의 성장에 혼란을 준 것이다. 이 때문에 '김연경 이후 최고의 재능'으로 꼽히던 배유나는 프로 입단 후 한 동안 자리를 찾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180cm의 신장을 가진 배유나는 국가대표 주전센터가 되기엔 신장이 작고 김연경을 보좌하는 윙스파이커로 활약하기엔 수비가 떨어진다. 결국 남은 자리는 라이트 공격수인데 대표팀의 오른쪽은 '터줏대감' 황연주(현대건설)와 떠오르는 신예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이 있었다. 결국 한일전산여고(현 수원전산여고) 시절이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배유나는 4강에 올랐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런던 올림픽 직후인 2012-2013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센터 자리에 고정된 배유나는 속공 3위(50%)에 오르며 센터로서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2013-2014 시즌 GS칼텍스의 두 번째 우승에 힘을 보낸 배유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5-2016 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얻은 배유나는 10년 동안 활약했던 GS칼텍스를 떠나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배유나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기업은행)와 함께 대표팀의 중앙을 지키며 8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팀에 복귀한 배유나는 2016-2017 시즌 속공4위(46.53%), 블로킹 6위(세트당 0.57개)에 오르며 국가대표 센터의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문제 등으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도로공사는 최하위로 추락했고 거액을 투자해 영입한 FA 배유나 역시 팀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수술과 부상 후유증 극복하고 '배구천재' 위용 과시
 
 부상 복귀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배유나의 컨디션이 살아날수록 도로공사의 전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FA 배유나를 영입하고도 최하위로 떨어진 도로공사는 2017년 FA시장에서 토종거포 박정아를 영입했다. 그리고 2017-2018 시즌 정대영과 함께 강력한 센터 콤비로 활약한 배유나는 속공2위(49.69%), 블로킹7위(세트당0.57개)에 오르며 도로공사의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도로공사는 2018-2019 시즌에도 챔프전에서 흥국생명과 명승부를 벌이며 준우승을 차지했고 배유나는 이동공격 1위(53.09%), 속공5위(42.37%)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12시즌 동안 쉼 없이 달려 온 배유나의 몸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상해 있었다. 시즌 후 어깨수술을 받은 배유나는 재활을 마치고 2019-2020 시즌 후반기 코트로 전격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후 4경기 만에 다시 팔꿈치를 다친 배유나는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공교롭게도 배유나가 프로 입단 후 가장 부진했던 지난 시즌 동갑내기 양효진은 생애 첫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 내에서 박정아(5억80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억6500만원(옵션 포함)에 연봉계약을 체결한 배유나는 이번 시즌 부상 전과 다름 없는 활약으로 '배구천재'의 명성을 되찾았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가 치른 19경기에 모두 출전한 배유나는 블로킹 4위(세트당 0.60개)에 오르며 리그 정상급 센터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유효블로킹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136개로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하 있다.

배유나는 16일 현대건설전에서 최고의 활약으로 왜 배유나가 '배구천재'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배유나는 이고은 세터와 좋은 호흡을 과시하며 오픈공격과 시간차,속공,이동공격 등 다양한 형태의 공격으로 현대건설 코트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11번 공격을 시도해 무려 9개의 공격을 성공시킨 배유나는 81.82%의 놀라운 공격 성공률과 함께 블로킹 역시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4개를 성공시키며 도로공사의 승리를 견인했다.

도로공사에는 이고은 세터(170cm)와 문정원(174cm)까지 블로킹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선수가 둘이나 있음에도 이번 시즌 팀 블로킹 부문 2위(세트당2.25개)를 달리며 만만치 않은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팀 블로킹의 27.28%를 책임지며 부상 복귀 후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배구천재' 배유나의 활약이 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그리고 배유나의 경기감각이 살아날수록 도로공사는 후반기로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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