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줄었지만 오히려 직원 최저시급 인상.."함께 살아야죠"
중증장애인 7명 등 15명 일해..올해 사업장 확대 부푼 꿈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코로나19로 매출이 많이 줄었죠. 하지만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감원이나 휴직 없이 오히려 최저임금보다도 더 많은 금액으로 올해 직원들과 근로계약을 마쳤습니다."
지난 14일 오전 찾은 전남 나주시 산포면 매성리에 자리한 산업형 세탁공장 유한회사 이화. 1층 사업장 안에서는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쉴 새 없어 돌아가고 있고 세탁물을 만지는 직원들의 이마에는 한겨울인데도 작은 땀방울이 맺혀 있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이화는 중증장애인 7명을 포함해 전 직원 15명의 비교적 작지 않은 회사다. 호텔이나 무인텔, 사우나, 찜질방, 헬스장, 복합스포츠센터, 기업체연수원 등이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이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를 비롯한 나주지역의 숙박업소, 스파, 대형 사우나 등 대형업소와 광주지역 대형 관광호텔, 인근 영암이나 화순의 숙박시설에서 나오는 세탁물을 집중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세탁물 수거부터 분류, 세탁, 건조, 거래처별 재분류, 배송을 하는 사이클로 업무가 돌아간다.
이화 역시 지난해 초 발생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창선 이화 대표(59)는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할 때 초기에는 그런대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7월을 넘어서면서 전남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강화되면서 주 거래처의 물량이 80%가량 줄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모임이나 행사가 금지되고 공공 다중시설과 고위험시설의 운영이 중단됐다.
찜질방의 운영이 차질을 빚고 헬스장 등은 다중의 집합이 규제를 받았다. 관광객 역시 줄면서 지역 관광호텔의 객실은 텅텅 비었다.
이화의 주 거래선인 이들 대형 업체들이 줄줄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면서 일감도 줄었고 이는 고스란히 매출감소로 이어져 80% 가량 곤두박질쳤다.
경영난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했고 정 대표 역시 조업단축이나 구조조정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회사가 잠시 어렵다고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을 내보낸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장애인 사업장의 특성상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향후 회사가 정상화됐을 때 숙련되고 특화된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비록 회사 사정은 어려웠지만 정 대표는 고용유지를 직원들에게 공식 선언했다. 물량이 줄면서 조업시간도 크게 줄었지만 직원들에 지급하는 급여는 8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지급했다.
그리고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정 대표가 선택한 대안은 신규 오픈 거래처 확보였다.
그동안 호텔이나 사우나 등 대형 사업장 중심의 마케팅에서 새로 문을 여는 중소 사업장에도 치중했다.
십시일반의 성과가 이어지면서 급격하게 하락하던 매출그래프는 상승으로 반전했다. 줄었던 일감도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정상을 되찾아갔다.
지난 2018년 회사 출발부터 함께해 온 김혜령 이사(49‧여)는 "소형 사업장들의 일감이 채워지면서 지난해 결산을 해보니 전년에 비해 20%정도 매출이 감소한 선에서 그나마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이화는 2021년 새해를 맞으면서 다시 한번 공격적인 경영을 직원들에게 선언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고 우리 사회가 일상을 되찾아가면 이화 역시 급격한 일감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비해 올해 인력을 한 명 더 신규채용했다.
작년까지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지급했지만 올해는 이를 더 높여서 정부에서 정한 올해 시급 8720원을 웃도는 9000원 이상으로 직원들과 계약했다.
직원들의 복지부분에 대한 지원확대도 약속했다.
지금은 원룸에서 거주하는 직원들의 주거비와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올해는 자체 기숙사를 마련해 전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직원 이종훈씨는 "사회적기업이라 직원들 대부분이 장애인과 고령자, 결혼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으로 구성돼 있다"며 "모두가 힘겨워하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회사 측의 여러 배려로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이화는 올해 대대적인 사업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2월에는 신규 공장을 매입해 사업장을 이전할 예정이다. 장애인 고용도 10명 이상으로 늘려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가꿔간다는 구상이다. 현 예비 사회적기업에서 올해는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한단계 도약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예전보다 매출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면서 시설확충과 함께 4∼5년내 회사 기반이 탄탄하게 구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장애인들이 일하면 품질이 아무래도 조금은 떨어지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내놓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다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장애인 사업장에 좀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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