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개미 '공공의 적' 공매도 세력 파헤쳤습니다

김경택 2021. 1. 1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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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공매도 재개 놓고 갑론을박
개미 금융당국 정치권까지 들썩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를 놓고 개미투자자는 물론 금융당국 정치권에서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 동안 한국 증시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면서 "공매도를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매도의 순기능을 봐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논쟁에 여야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공매도는 한국 증시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동학개미들이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공매도 세력'은 도대체 어떤 투자자를 의미하는 것일까.

17일 매경닷컴이 KRX공매도 종합포털을 분석한 결과 작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 '공매도'는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의 전유물로 나타났다.

작년 3월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전까지 국내 증시에서 거래된 공매도의 절반 이상은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 피엘씨, 메릴린치인터내셔날, 크레디트 스위스 씨큐리티즈 유럽 엘티디,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등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이뤄졌다.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사고파는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순 없다. 다만 유럽 헤지펀드, 글로벌 연기금 등 외국인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공매도 6개월 금지 조치를 발표한 3월 13일까지 작년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32조7083억원이었다. 코스피가 24조9568억원, 코스닥이 7조75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공매도 거래대금이 18조183억원으로 전체 비중의 55.1%를 차지했고 기관은 14조3001억원(43.7%)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3892억원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공매도 금액만 놓고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외국인은 코스피 뿐 아니라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에서도 공매도를 활발히 진행했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50.0%가 기관, 49.2%가 외국인이었다. 반면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73.9%의 비중을 차지했고 기관은 23.6%에 그쳤다.

외국인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번지면서 증시가 폭락하던 2~3월에 공매도 거래를 급격하게 늘렸다. 외국인의 작년 1월 공매도 거래대금은 5조8470억원이었으나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본격 발생하던 2월에는 7조4112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금액을 늘렸다.

이후 하락장에 가속도가 붙던 3월 들어서도 13일까지 4조7602억원에 달하는 공매도 금액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2250포인트에서 143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익을 얻는 구조다. 공매도를 많이 친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 손실을 공매도로 어느 정도 만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매도 잔고 공시제에 따른 공시 대상자를 살펴봐도 외국계 증권사가 많다.

작년 공매도 금지 전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공시된 7387건 가운데 모간스탠리가 2215건으로 가장 많았고 메릴린치(1264건), 크레디트 스위스(1172건), 골드만삭스(633건), 유비에스에이쥐(435건), 제이피모간(433건) 등의 순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전체 1만7069건 가운데 모간스탠리가 5916건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고 메릴린치(2955건), 크레디트 스위스(2577건), 골드만삭스(1571건), 제이피모간(1364건), 유비에스에이쥐(1073건) 등 주요 외국계 투자자들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날까지 공매도 잔고 비중이 13.59%로 가장 높았던 헬릭스미스를 보면 거래소에 신고한 대량 보유자는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바클레이즈 캐피탈 증권회사, 씨티그룹글로벌마켓리미티드, 유비에스에이쥐, 크레디트 스위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눈에 띄었다. 잔고 비중이 12.20%였던 에이치엘비, 케이엠더블유(10.73%), 신라젠(9.48%) 등도 대량 보유자에 외국계 증권사가 이름을 올렸다.

한편 공매도는 적정가격 형성이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거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 대비 공매도 접근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아예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금융당국은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가 예정대로 오는 3월 15일 종료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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