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주식투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강상규 소장 2021. 1.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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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338>성공은 실패 요인을 모두 피할 때 가능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를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법칙 중의 하나가 ‘안나 카레니나 법칙’(Anna Karenina Principle)이다. 이 법칙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Count Lev Nikolayevich Tolstoy)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의 첫 문장에서 비롯됐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면 여러 필수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만약 하나라도 부족하면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이는 다음과 같이 해석되기도 한다. 행복은 불행을 초래하는 수많은 요인을 모두 피할 때 가능하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의 시사점은 행복은 어느 한두 조건을 충족해서 이룰 수 없고 많은 조건을 모두 갖춰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돈과 건강, 외모 등은 모두 행복의 조건인데 그중 돈만 많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행복과 불행 대신에 성공과 실패를 대입하면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다음과 같이 변형된다. 성공하려면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만약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실패한다. 성공은 수많은 실패 요인을 모두 피할 때 가능하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안전사고에 빗대어 설명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예컨대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100개 부품이 있다고 치자. 이 가운데 단 한 개만 이상이 있어도 사고가 난다. 비록 99개 부품이 정상이어도 사고를 피할 수 없다.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사고가 안 나려면 100개 부품이 모두 정상이어야 한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박사의 저서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에서 언급되면서 유명해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야생동물의 가축화 성사 여부를 안나 카레니나 법칙으로 설명했다. 148종에 달하는 전 세계 야생 초식동물 가운데 인류가 가축으로 사육하는데 성공한 동물은 고작 14종에 불과하다.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와 횡단면 분석을 통해 야생동물이 6가지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가축이 됐고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가축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오래전부터 학계에서 연구자들의 통계 분석에 이용돼 왔다. 예컨대 귀무가설의 유의성 검증(Null hypothesis significance testing)을 할 때, 모든 가정들을 만족한 데이터 모델만 유의성 검증을 통과하고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에도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이것뿐이 아니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우리들의 실생활 곳곳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예컨대 대학입학 시험이나 취직 시험, 공무원 시험 등에는 과목 최소 점수라는 게 있다. 시험에 합격하려면 모든 시험과목 최소 점수를 넘어야 되고 만약 하나라도 미달하면 불합격 처리된다. 아무리 다른 모든 과목에서 100점을 맞았어도 한 과목에서 탈락하면 소용이 없다.

혹시 주식투자의 세계에도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적용될까?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많은 조건을 모두 지켜야 하고 하나라도 어기면 실패한다. 주식투자의 성공은 실패 원인을 모두 피할 때만 가능하다.

그런데 투자지침서에 나와 있는 주식투자 성공 조건은 너무나 많다. 고수의 투자조언도 수십 가지는 넘는다. 예컨대 현 시대 최고의 주식투자자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2015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에게 보낸 서한에는 △주식은 비쌀 때 사지 마라 △5년 내 팔거면 주식을 사지 마라 △빚내서 주식투자 하지 마라 △성장회사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하지 마라 △해마다 대박을 내겠다고 생각하지 마라 등의 성공투자 5계명이 담겨 있다.

이외에도 재무학 교과서엔 현명하게 주식투자하는 법이 많이 나와 있다. 예컨대 △분산투자 하라 △몰빵하지 마라 △마켓타이밍을 예측하고 투자하지 마라 △손절매 하라 등이다.

또한 행동재무학은 △과신(overconfidence) △과잉반응(overreaction) △과소반응(underreaction) △군중행위(herding behavior)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 △확증편향 오류(confirmatory bias) 등 투자자의 비이성적인 행태를 지적하며 이러한 행위를 잘 통제할 수 있다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버핏의 투자조언과 재무학 교과서의 투자법 등에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적용하면, 주식투자는 많은 조건을 모두 지키고 따를 때만 성공할 수 있고 하나라도 어기면 실패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 많은 조건을 모두 지키고 따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당장 버핏이 말한 성공투자 5계명을 모두 충족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세상엔 버핏과 같은 성공한 투자자가 소수에 불과한지 모른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실패한 주식투자를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실패한 주식투자는 실패한 이유가 저마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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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규 소장 mtsqkang3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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