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핑만 하는 교사도 있는데 성과급 균등지급은 억울"

정지형 기자 2021. 1.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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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속 교원성과급 두고 '차등vs균등' 마찰
지난해 11월18일 경기 수원시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차등 지급해오던 교원 성과상여금을 감염병 상황을 고려해 균등 지급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요구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학교 현장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학교 담임을 맡았거나 원격수업 시스템 업무를 전담한 교사 중에는 억울함을 내비치는 교사도 적지 않다.

매년 교사를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통해 등급을 매겨 차등적으로 지급해온 성과상여금을 올해에 한해 균등 지급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는 지난 14일 제76회 총회에서 올해만이라도 교사들에게 개인성과급을 100% 균등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 개정을 교육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현재는 교원 성과상여금을 균등지급액 50%와 차등지급액 50%로 나눠 지급한다. 차등지급액 같은 경우 다면평가를 거쳐 교사가 받은 등급에 따라 액수에 차이가 생긴다.

등급은 S(30%)·A(40%)·B(30%)로 나뉘는데 전체 성과급을 놓고 볼 때 S등급과 B등급 간에는 130만원가량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모두가 학교현장에서 헌신했다며 "애씀의 정도를 일률적으로 평가해 차등을 둔다면 학교 현장에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선 교사 사이에서는 균등 지급은 학교 현장의 현실을 알지 못한 제안이라며 반대 목소리도 나오는 모습이다. 담임과 비담임뿐 아니라 업무마다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수도권 소재 한 고교에서 근무 중인 A교사는 "비대면 원격수업 준비를 담당한 교무부나 정보부 등은 평소보다 훨씬 더 바쁘고 힘들었다"면서 "과중한 업무를 맡은 교사 대부분이 차등 지급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해 고생하고 성과급을 받을 때 그나마 학교에 기여했구나 보람을 느끼며 위안으로 삼는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학교서 웹서핑만 하는 교사도 있는데 균등 지급이라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성과급이 그나마 교직 사회에서 업무 긴장도를 높여주는 마지노선인데 이것마저 없으면 특정 업무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도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지난해 담임을 맡은 B교사는 "코로나19로 담임과 비담임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면서 "담임은 거의 근무시간이 매일 24시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담임 교사는 오전부터 학생들이 매일 하는 '등교 전 자가진단 체크'를 확인해야 하고 원격수업 전환에 따른 온라인 콘텐츠도 제작해야 했다.

B교사는 "차등 지급을 안 한다면 차라리 담임수당을 높이든가 수당으로 보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면서 "담임들이 극한으로 힘들었던 상황에서 균등 배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도 균등 지급은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단체 대표는 "학부모들도 교사마다 학생을 가르치는 노력이 다른 게 눈에 보이는데 균등 지급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균등 지급이 필요하다는 보는 시각도 있다. 성과급 지급에 기준이 되는 교원 다면평가 자체가 교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한 특성화고 C교장은 "단순히 담임을 맡았는지 여부로 교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면서 "담임이 아니어도 학생을 위해 봉사한 교사도 많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들도 대다수가 코로나19 상황으로 기존 평가지표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며 교원성과급 차등 지급 폐지를 촉구 중이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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