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새 표준 쓰겠다" 공언한 쿠팡.. 업계 반응은 미지근
쿠팡, ‘3자 배송’하려면 집화‧분류 시스템 갖춰야
"시스템 안정적으로 구축하려면 수년간 투자 필요"
쿠팡이 택배업에 재진출하면서 현재 ‘1강 2중’ 체제인 택배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끌고 있다. 쿠팡이 택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과 동시에 일각에서는 수십년간 물류 인프라를 갖춰온 기존 택배업체들과 경쟁이 가능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지난 1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사업을 할 수 있는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 쿠팡로지스틱스는 2018년에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받았지만 내부 물량이 급증하면서 외부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지자 이를 1년 만에 자진 반납했다.
택배 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려면 ▲전국 5개 이상 시·도에 30개 이상 영업소 ▲면적 3000㎡ 이상 등 화물 분류시설 3개 이상 ▲택배운송용 차량 100대 이상 확보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당시 쿠팡은 제품을 매입해 배송하는 ‘로켓배송’ 물량이 늘어나 외부 물량을 처리할 여력이 없어지자 자격을 포기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자격을 재취득한 쿠팡로지스틱스는 모회사 쿠팡의 로켓배송 물량 이외에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물량까지 배송하는 ‘3자 물류’ 사업에도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로지스틱스는 우선 쿠팡이 현재 상품을 직매입해 배송하고 있는 택배 서비스를 전담하고 오픈마켓으로 입점한 판매자들의 물류를 배송하는 등의 기타 서비스는 추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물류센터와 배송시스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등 지난 2년간 자동화 설비에 485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기준 6조3000억원 규모의 택배 시장은 CJ대한통운(000120)이 점유율 약 50%를 차지해 1위이고, 한진(002320)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10%대 점유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택배 물동량만 놓고 보면 쿠팡은 물류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2019년 기준 택배사별 물동량은 ▲CJ대한통운 13억2010만개 ▲롯데글로벌로지스 3억8760만개 ▲한진택배 3억6885만개다. 같은 해 쿠팡의 물동량은 5억개로 추정된다.
쿠팡은 "택배산업의 새 표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쿠팡은 현재 직고용하고 있는 자사 배송 인력인 ‘쿠팡친구’에 주 5일 52시간 근무, 4대보험 적용, 차량‧유류비 지원, 15일 이상의 연차 제공, 통신비·퇴직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3자 물류를 하더라도 대부분의 배송 인력은 쿠팡친구와 같은 형태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 경우 외부 택배기사들과 근로 환경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일반 택배 업체는 대리점을 통해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와 위탁 운영 계약을 맺는 구조여서 연차나 4대보험 등의 처우는 제공하지 않는다.
쿠팡은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 지위 유지를 원하면 일반 택배 회사처럼 외주 고용 방식도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배송하는 상자 개수당 수익이 책정되는 위탁 운영이 택배기사로서는 수입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쿠팡의 야심찬 계획에 물류업계 내부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그동안 쿠팡이 해온 직매입 배송과 기존 택배업체들의 3자 배송 업무는 크게 다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위협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쿠팡의 로켓배송 물류시스템은 쿠팡이 사입한 물건을 자체 물류센터에 보관해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배송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B2C 택배는 고객사에서 물건을 받아와 터미널에 상품을 집화‧분류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이에 업계는 쿠팡이 3자 배송을 위한 물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택배는 인프라 산업으로 절대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라며 "쿠팡이 물건을 가져오고 집하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수년간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이고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신사업을 토대로 비용 절감을 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모든 상품을 사입해 판매하는 쿠팡 입장에서는 3자 배송으로 전환할 경우 반품이나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택배 사업자 자격을 취득한 것을 놓고 내부적으로는 택배시장의 참여자로 뛰어들었다기보단 현재의 방식에서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며 "IPO를 염두에 두고 신규 사업 진출 등의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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