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공매도 정무위원 63% '묵묵부답'..'동학개미 눈치'

박응진 기자,김정률 기자,김도엽 기자 2021. 1.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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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 24명에게 물었더니 박용진 의원 포함 9명만 답변
'금지연장·제도개선후 재개' 답변多..정치논리 개입안돼 의견도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김정률 기자,김도엽 기자 = 새해들어 주식시장이 폭등세를 보인 가운데 오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인 '공매도(空賣渡) 금지'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들은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내놓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선안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칠 수준이 안된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전에는 공매도를 재개해서는 안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상승세를 탄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결국 개인 투자자들만 또다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학개미들은 공매도 거래금지를 넘어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매도 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시행됐던 만큼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오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공매도를 예정대로 재개해야 한다는 게 소관 부처 금융위원회의 기본 입장이다. 거품 제거 등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하면서 공매도는 이미 정치이슈로 비화했다. 그렇다면 금융위원회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24명의 여야 의원들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뉴스1은 지난 13~15일 사흘간 여야 정무위원 24명(민주당 14명·국민의힘 8명·정의당 1명·국민의당 1명)을 대상으로 공매도 재개 여부에 관한 생각을 묻는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정무위 의원 24명 중 62.5%에 달하는 15명이 답변을 피했다.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증시 V자 반등을 이끈 동학개미들에 대한 눈치보기로 해석된다. 서울·부산 시장 등을 새로 뽑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로서 세력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장을 밝힌 의원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한다'며 공매도 이슈에 불을 붙힌 박용진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9명(37.5%)에 그쳤다.

9명 중 박용진 민주당 의원 1명만 공매도 금지 연장을 분명하게 주장했다. 다른 의원 1명은 공매도 재개에 신중해야 한다며 공매도 연장에 기운 모습을 보였다. 의원 4명은 제도를 개선한 후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봤고, 나머지 3명의 의원은 당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등의 이유로 입장을 보류했다. 다만 9명 모두 기울어진 운동장 등 현 공매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폭락장 이후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3월 16일부터 공매도가 6개월간 전면 금지됐고 이 조치는 오는 3월15일까지 한차례 연장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2020.1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불법 차단 어려운 상황, 연장해야" vs "제도 개선되면 재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새해 들어 정치인 중 가장 먼저 공매도 이슈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위에 공매도 재개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했다.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일부 증권사가 시장조성자의 지위를 악용해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는 등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3월15일까지 제도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 시점에서는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현 시점에서 연장기간을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기존 종료시점인 3월까지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에 따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 A의원은 "금지 조치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 금지됐던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그 사실만으로도 개인 투자자에게는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증대 및 주가 하락의 신호로 해석된다"며 "공매도 제도의 악용을 숱하게 겪어본 그간의 경로에 따라서 봐도 개인투자자에게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일방적인 현행 공매도 재개보단 제도에 대한 법적 사회적 논의를 선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는 공매도 제도가 고쳐진다면 공매도를 재개해도 된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금융위는 조만간 개인의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청한 또다른 민주당 B의원은 "개인 주주와 기관 주주 간 형평성 문제 등 제도적 보완이 좀 더 필요하다. 개인 투자자 보호장치 검토 이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역시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 C의원은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확대와 관련해서 아직 제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보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공매도 재개 문제에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제로 답변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공매도를 재개하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매도를 재개해야 하는 이유로 유동성 공급, 주가버블 방지, 다양한 투자전략 및 금융상품 개발 등 순기능과 현재 전 세계에서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과 인도네시아 뿐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같은 당 강민국 의원은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려면 공매도는 있어야 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공매도는 기업의 부정적 재무정보를 주가에 반영하고, 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등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면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을 제거하고 순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정치권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금융위에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주문

의원들은 금융위에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실시간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마련 등을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과도하게 시장을 교란하는 공매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치해 개인 투자자의 억울한 피해를 막되, 시장 안정이라는 순기능은 잘 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도 금융위에 "현행 조치가 부족할 경우 더 강력한 제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 의원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는 시스템이면, 공매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장난을 칠 우려가 있다"면서 "적발 시스템을 정교화해 공매도가 본래 기능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빚내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공매도가 재개됐을 때 것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를 종료해도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 해야 한다. 무턱대고 재개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의 민주당 의원은 "현재 금융위의 대비책을 보면 사후적 조치"라며 "이러한 수동적인 입장으로는 결코 개인 투자자의 신뢰와 사회적 합의를 기대할 수 없다. 시장 원리만 추종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공정성 실현과 우리 증시를 견인해온 국민에 대한 배려에도 무게를 실을 때"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정문 의원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우리 주식시장을 보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가 올라도 수익, 하락해도 공매도로 수익을 얻어가는 불공정한 구조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를 방관 내지 묵인해 온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공매도를 무리하게 재개할 것이 아니라, 금지기간 동안 제대로 개선은 됐는지, 개인 투자자들이 또 다시 소외될 우려는 없는지 등 제도 전반에 걸쳐 면밀히 살피고 보완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의욕이 상실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시장에 맡겨야" 답변 피해…개미들, 탈당신청 인증 '세력화'

정무위원 24명 중 15명은 공매도 재개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 답변을 피했다. 정무위원이 금융위가 취하는 시장조치 중 하나인 공매도 금지 및 재개에 관한 생각을 밝히는 게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장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입법사항 아니면 시장에 간섭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각각 정무위원장, 간사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공매도처럼 국민적인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른바 동학개미가 기관과 외국인처럼 시장 참여자 중 한 부류이지만, 국민이기도 한데 의원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저버려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의원들이 답변을 꺼리는 이유는 서울·부산 시장 등을 새로 뽑은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로서 세력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전에 공매도 관련 법을 냈다가 의원실로 항의 전화가 쏟아지는 등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차라리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토로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지난 13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려 민주당에 탈당 신청을 했다는 점을 인증하기도 했다. 그는 탈당 사유로 '금융위의 불법 공매도 허용시도'라고 적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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