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열전]3개월 만에 또 신형? 북한 SLBM '북극성-5ㅅ' 실체는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입력 2021. 1. 17. 05:06 수정 2021. 1. 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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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BM의 중요한 기능은 '2차 보복 능력', '상호확증파괴'
'5ㅅ'과 '4ㅅ' 큰 차이 없지만 약간 굵어지고 탄두부 변화
3개월만에 신형 미사일 나온 정황 등은 의심스러워
전문가들 "모형이나 시제품 추정"..MIRV도 회의적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북한이 지난 14일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5ㅅ'.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4일 밤 열린 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이라고 쓰여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이 미사일이 다탄두 각개 재돌입 비행체(MIRV) 탑재용이라는 등 추측은 무성하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 실제 발사체가 아닌 모형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SLBM이라는 무기체계의 특수성에 비춰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USS 알래스카. 미군 전략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냉전 시대 핵전쟁 공포…상호확증파괴 지탱하는 SLBM

SLBM이란 잠수함에서 쏘는 탄도미사일을 뜻한다. 핵탄두가 아닌 통상탄두도 있지만 핵탄두일 때 훨씬 더 가치가 크다. 이같은 전략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은 평소에 몇 달 동안 바닷속에 숨어 있다가 지휘부로부터 명령을 받으면 적에게 핵공격을 하게 된다.

이는 지상의 사일로나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다르다. ICBM은 선제공격을 통해 발사 플랫폼을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SLBM은 그럴 수 없다. 넓은 바닷속에서 잠수함을 일일이 찾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어서다.

때문에 SLBM은 2차 보복 능력을 골자로 하는 상호확증파괴(MAD)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핵공격을 하더라도 잠수함은 살아남아 핵보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어느 나라도 선제 핵공격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잠수함들은 주기적으로 지휘부와 통신을 한다. 그런데 나라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이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추가적인 확인을 거쳐, 적의 공격으로 지휘부가 전멸했다고 간주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잠수함은 SLBM을 통해 사전에 지정된 목표를 핵으로 공격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아예 SLBM에 기반한 핵전력만 보유하고 있다. 대신 두 나라는 핵공격을 받을 경우 적국의 대도시 한두개는 무조건 핵으로 파괴한다는 비례억지전략을 쓴다. 핵공격을 받은 적국도 또다른 핵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엔 전면 핵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게 된다. 이는 전 인류의 멸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누구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2019년 10월 북극성-3형 SLBM의 시험발사 모습. 연합뉴스
◇큰 차이 없지만 살짝 덩치 커지고, 탄두 부분 뾰족해진 '북극성-5ㅅ' SLBM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열린 열병식 소식을 15일 전하며 "세계를 압도하는 군사기술적 강세를 확고히 틀어쥔 혁명강군의 위력을 힘있게 과시하며 수중전략탄도탄, 세계 최강의 병기가 광장으로 연이어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선 SLBM을 수중전략탄도탄이라고 부른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조선중앙TV의 녹화중계 방송에서도 '북극성-5ㅅ'이라고 적힌 미사일이 등장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북극성-1형의 실제 잠수함 발사에 성공했고 지상발사형인 2형에 이어 3형까지 발사했다. 다만 3형을 실제 잠수함에서 쏜 것은 아니며 2019년 10월 바지선에서 발사한 뒤로 시험발사를 더 진행하진 않았다.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북극성-4ㅅ' 미사일이 새로 등장했는데 3개월만에 또다른 미사일이 등장한 셈이다. 사진과 영상으로 보아, 일단은 5ㅅ이 4ㅅ보다 직경이 약간 더 굵어지고 탄두를 보호하는 페어링(덮개)이 좀더 길고 뾰족하게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장영근 교수는 "페어링의 설계를 뭉툭하게 하거나 뾰족하게 하는 데는 각각 일장일단이 있어 설계 과정에서 둘 모두를 미리 만들어 뒀을 것"이라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를 탑재할 잠수함의 설계를 고려하는 등 가능성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공개한 '북극성-5ㅅ'과 '북극성-4ㅅ'의 비교. 연합뉴스
◇3개월만에 신형 미사일? 전문가들 "모형이나 시제품 가능성 높아…MIRV도 어려워"

문제는 이 미사일의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북극성-4ㅅ의 경우 3형 시험발사 1년만에 신형 미사일이 등장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5ㅅ의 경우 3개월만에 나왔기에 더욱 그렇다. 북한이 열병식에 개발 단계의 모형 또는 아예 가짜를 내보낸 일이 한두번도 아니다.

북한은 2019년 10월 이후 SLBM을 발사한 적이 없으며, 이 때 발사한 북극성-3형도 바지선에서만 발사한 상황이다. 신포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는 3천톤급 잠수함도 아직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3형을 아직 다 완성하지 못했는데 1년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5형까지 공개한 배경엔 의문이 생긴다.

장영근 교수는 "두 미사일은 거의 비슷하며 로켓모터를 단시간 내에 새로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는 아예 같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발 중인 시제품에 가깝다"고 말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예비역 해군중령)는 "5형이 4형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는 실제 개발(이 완료)된 것이 아닌 모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그전부터 4ㅅ과 함께 5ㅅ도 개발하면서 숨기고 있다가 이번에 공개했다면 3개월만의 등장을 설명할 수는 있다. 정치적인 이유가 함께 거론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북한이 당대회에서 발표한 신무기 개발 계획은 대부분 초기 단계이며 개발과 완성에는 상당한 시간과 기술적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럴 경우 대외적으로는 과장이나 허풍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사일 외부에 5ㅅ이라는 이름을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MIRV 탑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큰 핵탄두와 비슷한 위력을 가지면서도 소형으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면 MIRV가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며, 북한도 이를 연구하고 있다고 당대회에서 언급했다.

문제는 그러려면 핵탄두 소형·경량화와 함께 원형공산오차율(CEP)을 줄이는 미사일 자체의 기술, 위성항법체계 등 고도의 정밀유도 시스템까지 첨단 기술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장영근 교수는 "MIRV는 그렇게 쉽게 개발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며, 북한이 만들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탄두 소형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MIRV에 들어갈 각개 탄두의 파괴력은 큰 탄두 한 개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탄두 한 개의 위력을 보다 늘리는 데 집중해서,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원하는 목표를 어느 정도 타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가 2019년 7월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잠수함 시찰 모습. SLBM 발사관이 위치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 등이 모자이크 처리돼 있다. 연합뉴스
◇SLBM만 등장한 것도 문제…핵잠수함 등 대응책 마련 필요

때문에 원론적인 면에서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단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3천톤급 잠수함에 핵을 실은 북극성 SLBM을 개발해 탑재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런대로 2차 보복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미 북극성-1형으로 실제 잠수함에서의 발사를 성공하긴 했지만 플랫폼인 신포급(고래급) 잠수함은 발사관이 1개뿐이다. 발사관이 여러 개 달린 3천톤급 잠수함에까지 북극성이 실린다면 핵전력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재래식 잠수함이라고 해도 우리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일이다.

북한이 진행한다는 핵잠수함 개발이 여러 현실적 문제로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힘이 더 실리게 된다. 김동엽 교수는 "(북극성의) 숫자를 통해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을 이용해 SLBM을 지속적으로 개량·발전시켜 나가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핵잠수함에 탑재해서 발사할 핵탄두 수중발사 전략미사일을 가지려고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번 열병식에 ICBM 없이 SLBM만 등장한 것은 오히려 더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 ICBM을 쏘면 40분 정도 미 본토까지 가는 동안 대응 시간을 주게 되는데, SLBM이라면 핵잠수함이 무제한 잠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들키지 않게 더 가까이까지 가서 쏘면 된다"며 "북한이 ICBM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이 미국의 눈치를 본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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