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路]'소통 장인' 유영민 비서실장이 성공하려면

구교운 기자 2021. 1.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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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취임한 지 보름이 지났다. 청와대 분위기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한다. 특히 '소통'에서 변화의 바람이 느껴진다.

유 실장은 지난 1일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불식해야 한다"고 참모진들에게 일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데는 문 대통령과 국민 간 소통 부족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 발탁 발표 당일인 지난달 31일 "무엇보다 바깥에 있는 여러 가지 정서라든지, 의견들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께 부지런히 전달해서 대통령을 잘 보좌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유 실장은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일일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하는 참모들에게 "손가락만 들고 오라"고 했다고 한다. 번거로운 서류 준비 작업을 줄이고 의견을 나누는 데 비중을 싣겠단 취지다. 또 지난 13일부터 일일상황점검회의가 끝난 뒤 수석 등 소수 참모만 모이는 이른바 '골방회의'도 없애는 등 회의도 간소화했다.

유 실장은 청와대 밖과의 소통도 강화하는 모양새다. 취임 후 첫 회의에서 '움직이는 청와대'를 주문했던 유 실장은 지난 6일 국회를 방문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춘추관 안팎에선 참모진들의 언론 접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전임인 노영민 실장은 국민소통수석실, 대변인실을 제외한 참모들에게는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청와대의 대(對)언론 창구가 단일화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왜곡된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유 실장의 행보는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등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를 마지막까지 힘있게 추진하고 정치 통합과 안정적 관리에 방점을 찍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 실장은 장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절 '밤의 총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친화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 실장 임명 소식이 전해진 뒤 주변에 "유 실장에게 내가 붙인 별명이 '밤의 총리'다. 국무위원들 간 삼삼오오, 전체 모임 등을 자주 주선했다"며 "친화력이나 일을 해결해 가는 능력이 굉장히 시원시원한 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지금처럼 현안에 관해 좀처럼 입을 다문 채 유 실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만으로 불통 이미지를 깰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언론이나 국민과 직접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소통한 사례는 취임 후 7차례에 불과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5회)보다는 많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20회)보다 적은 숫자다.

더불어민주당이 배출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150회였던 것에 비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 국무회의나 현장 행보, SNS 등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일방적 전달은 소통으로 보기 힘들다. 현안에 관에 침묵을 지키면 논쟁을 피할 수 있겠지만, 논쟁하지 않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사태'때도 문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이 검찰개혁의 그 의미가 고작 '윤석열 몰아내기'로 비화되는 동안 문 대통령은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쌓인 '불통'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기자회견이나 브리핑도 중요하지만,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취임 후 네번째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번 회견은 온오프라인으로 방역·사회분야와 정치·경제분야, 외교·안보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및 접종,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부동산 문제, '추-윤 사태' 등 그동안 묻지 못했던 현안에 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친다면 국민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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