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지된 수표인데요?"..기지로 돈세탁 막아
<앵커>
범죄 수익 같은 검은돈을 세탁하려고 금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 금거래소 직원들 눈치가 아주 빨라졌습니다. 제 발 저리는 사람 먼저 알아채고 신고해서 수상한 고객들을 모두 경찰서로 보냈습니다.
신정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4일 서울 종로 금거래소를 찾은 30대 남성.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9천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내밉니다.
금괴로 바꿔 달라는 것인데, 다리를 계속 떨고 누군가와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불안해 보입니다.
수상한 낌새를 챈 직원이 옆 동료에게 돈세탁이 의심된다는 메모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지급이 정지된 수표라며 거짓말로 출처를 떠보는데, 수상한 남성은 결국 누군가 시킨 일이라고 털어놓습니다.
비슷한 일은 다음 날 또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50대 여성이 1kg 금괴 2개를 내밀며 돈으로 바꿔 달라고 말합니다.
1억 4천만 원어치나 됩니다.
금괴에 찍힌 제작 연도는 2021년 올해.
직원이 못 본 척 언제 산 것이냐고 묻자, 여성은 "몇 년 전에 샀다"고 대답해 자기 것이 아닌 것이 들통납니다.
이틀 연속 나타난 수상한 고객들은 모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 : '말을 잘못하면 피의자가 될 수 있으니 큰 고초를 당할 수 있다' 그랬더니 '심부름한 게 맞고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 조직들이 은행보다 감시가 느슨해 보이는 금거래소를 돈세탁 통로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 금거래소에서는 최근 2년 동안 20건 넘게 보이스피싱의 돈세탁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30억 원이 넘습니다.
[서민철/한국금거래소 직원 :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으로서 그저 넘길 수 없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피해를 당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노인 계층 이런 분들의 돈이어서 이걸 좀 지켜드리고 싶다….]
금거래소 직원들의 기지가 은밀한 범죄를 차단하는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인필성, 영상편집 : 황지영, CG : 강유라·정현정)
신정은 기자silv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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