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트롯걸 열전] '미스트롯2′ 최고의 1분 '작은별들-①'

최보윤 기자 입력 2021. 1. 16. 17:14 수정 2021. 1. 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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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출처=티조씨앤씨 네이버포스트

지난 14일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2’가 시청률 29.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마의 시청률’이라 불리는 30%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날 순간 최고 시청률은 31.4%. 그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바로 ‘미스트롯2’의 공식 ‘트롯공주' 임서원과 국악 신동 김태연의 마스터 심사 때였다. 1대1 ‘데스매치' 경연서 임서원은 깜찍한 치어리딩 복장으로 등장해 고난도의 공중 동작까지 해내며 ‘너는 내 남자’로 언니 오빠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한없이 처연한 목소리로 ‘간대요 글쎄’를 목놓아 부르며 전국의 엄마 아빠들을 눈물짓게 한 김태연의 맞대결은 흑과백의 대조적인 의상만큼이나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임서원
임서원
김태연

임서원의 무대에 대해 조영수 작곡가는 “격한 퍼포먼스에도 리듬감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심사했고, 장윤정 마스터는 “노래를 할 때는 춤을 줄이라고 했던 다른 참가자에 대한 지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와서 정말 놀랐다”면서 “집중력이 굉장히 좋아, 1~2주 사이에 다음 라운드를 하는 데 이렇게 빠르게 발전 하기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연에 대해 조영수는 “평가가 아니라 감상을 하게 한 무대였다. 단점을 특별히 찾을 수 없었다”고 평했고, 장윤정은 “앞부분을 잘하면 되는 노래인데, 거기서 끝내줬다”면서 “거친 목소리만 조금 가다듬으면 성인과 겨뤄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이뿐인가. 수준급의 완급조절력으로 ‘완벽’이란 걸 목소리로 보여준 김다현의 ‘회룡포’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특급 비타민 ‘김~수빈입니다~’의 김수빈이 벨리댄스를 곁들여 선보인 ‘고장난 벽시계’는 한없이 먹먹했다가, 발씬 웃게 만드는 극과 극의 무대였다. 트로트의 흥과 한이 이 4명의 무대에 각각 압축적으로 담겨 있었다.

김다현
김수빈

‘미스트롯2’의 인기를 끌어가는 주축. 바로 ‘아이들’이다. 9살부터 12살까지 초등학생들로, “인생 절반 가까이 노래와 함께했다”며 ‘언니’들에게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른들을 뛰어넘을 실력과 감성, 어른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곡 해석력과 순수함, 뜨거운 우정까지 어쩌면 성인보다 더 나은 노래 결을 지닌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이 누가 있겠는가. 이들은 중간 중간 서로를 향해 박수치고 응원하며, 결과 발표 뒤떨어지고 붙은 이를 안아주며 토닥이는 모습이었다. 무대 매너까지 프로가 따로 없다.

임서원과 김태연
김수빈 김다현

이날의 승자 김태연과 김다현의 노래는 미스&미스터트롯 유튜브 공식계정 조회 수도 ‘언니들’을 압도했다. ‘회룡포’의 김다현은 19만9500회, ‘간대요 글쎄’의 김태연은 18만 2000회(16일 오후 5시 기준). 예심 ‘진(眞)’ 출신 윤태화의 기러기 아빠(6만4900)를 몇 배나 훌쩍 넘기는 조회수다. 본선 팀미션 불협화음으로 탈락했던 윤태화가 패자부활전으로 기사회생해 이날 데스매치에서 예심 ‘선’이었던 홍지윤을 꺾으며 또 한판 파란의 주인공이 된 극적인 ‘스토리’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다현

이 둘 중 먼저 짚을 이는 김다현. 김다현의 ‘회룡포’는 15일 발매된 ‘미스트롯2’ 데스매치 음원 앨범 타이틀 곡으로 발탁됐다. 나이가 믿기지 않는 애절한 감정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켜 타이틀 곡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이날 김다현의 ‘회룡포'는 발매와 함께 지니뮤직 트로트 차트 23위에 올랐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멀리 찾아서/ 휘돌아 감은 그 세월이/ 얼마이더냐/ 물설고 낯설은/ 어느하늘 아래/ 빈배로 나 서있구나/ 채워라 그 욕심/ 더해가는/ 이세상이 싫어 싫더라~~~/나 이제 그 곳으로/ 돌아가련다/ 내마음 받아주는곳/ 아~ 어머니/ 품속같은 그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욕심부릴수록 허기진 이 세속적 삶이라니. 세상 만사 아등바등 살았던 그 시간을 곱씹어본다. 인생 곡절 구비구비 돌고돌아 결국 오롯한 ‘내 것’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그 위로와 포용을 열 두살 김다현이 품어낸 것이다.

김다현은 노래를 대하는 자세도 남달랐다. 경연 전 경북 비룡산을 찾아 노래의 영감을 얻었다. 무슨 곡을 부르든 관련된 장소가 있다면 찾아간다고 했다. 아버지한테 배운 것이라 했다. 가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노래를 연구하고 노력해야 배울 수 있다는 얘기였다. 회룡포는 경북 예천에 있는 곳으로 용이 휘감아 치는 듯해서 이름 붙었다. 곡절 같은 인생사를 휘몰아치는 그림 같은 절경에 비유해 담아냈다. 회룡포를 감싼 비룡산에서 김다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보이스트롯’ 준우승자로 모든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예심에서의 냉정한 심사평에 더없는 심리적 허기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저 욕심이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청학동 김봉곤 훈장의 4남매 중 막내딸인 김다현은 4살 때부터 판소리를 배웠다. 김영임 명창(경기민요)과 박복희 명창(판소리) 등을 사사했다. 6살 때 ‘내 나이가 어때서’로 트로트에 입문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는 아버지 김봉곤 훈장과 역시 국악을 하는 언니 도현 양과 전국 5일장을 돌며 국악 버스킹 무료 공연을 하기도 했다. 전국 어린이 판소리 왕중왕대회 최우수상(2019)을 받는 등 각종 상도 휩쓸었다. 노래에 대해서만큼은 자부심 있었을 거다. 예심 이후 본선 팀미션에서 ‘특기’인 청아한 목소리를 내세워 김태연과 함께 ‘천상의 화음’을 만들어냈다. 표정, 율동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었다. ‘김다현이 돌아왔다’는 평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돌고 돌아 ‘회룡포’로 다시 찾아온 그녀는 작고 가녀린 몸이었지만, ‘무대 위의 김다현’은 크고 강했다. 날카롭고 거대한 바위가 있는 듯했다. 쭉 뻗는 고음 사이 숨결의 흐느낌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들어가 앉았을 것이다. 어머니품 속 같은 그 곳을, 마음 뉘이고 쉴 곳을, 노래 속에서만이라도 찾아 위안삼아 보려 했을 것이다. 가사 전달력이 좋은 김다현의 이야기는 설득력 있었다. 세상사 겪어낼 모진 고통도 신산한 세월이 주는 삶의 무게도 ‘어린’ 김다현은 감히 감내해보지 못했던 것이라 해도, 김다현의 노래 속엔 어느새 녹아있었다. 단지 기교가 아닌 완성도 있는 하나의 작품이었다. 원곡자 강민주는 오랜 세월 무명으로 살다 이곡을 통해 그녀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김다현을 통해 강민주의 ‘회룡포’까지 다시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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