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NBA] 르브론 제임스는 왜 '릅신'이 됐을까

이영빈 기자 2021. 1.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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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릅신' 르브론 제임스가 오클라호마 썬더와의 경기에서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USA투데이 연합뉴스

NBA(미 프로농구)의 ‘킹’ 르브론 제임스(37·LA 레이커스)의 한국 별명은 ‘릅신’이다. 이름인 르브론과 신(神)의 합성어다. 처음에는 비꼬는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정말로 ‘농구의 신’이 돼 버린 듯한 르브론을 칭찬하는 의미로 쓰인다.

유래는 2014년으로 추측된다. 격식없이 NBA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NBA 갤러리’가 생겨났을 때다. 당시만 해도 르브론의 위상은 지금같지 않았다. 마이애미 히트에서 2연패(連覇)를 달성했지만, 당대 최고 중 한명인 드웨인 웨이드와 팀을 결성해 ‘편한 길'로 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팬과 안티팬이 매일 ‘NBA갤러리’에서 서로 조롱하는 양상이었다. ’르브론은 겁쟁이'라는 말과, ’역사상 거의 없는 4번의 MVP(최우수선수)′가 오가는 식이었다.

하루는 르브론의 안티팬이 ‘릅신이 최고’라고 비꼬았다. 르브론은 수비와 공격 모든 방면에서 출중하다던 팬에게 사실상 항복한 셈이었다. 그런데 입에 착 붙는 어감이 맘에 들었던 탓인지, ‘릅신’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비꼬는 용도였다. 르브론이 경기 중 실수를 하면 ‘NBA 갤러리’ 게시판은 ‘역시 릅신’으로 도배됐다. 그마저도 귀찮았던 이용자들은 자음만 따 ‘ㅇㅅㄹㅅ’이라며 낄낄댔다. 르브론 팬들은 ‘ㅇㅅㄹㅅ’만 봐도 진저리쳤다. 안티팬들은 자음 4글자만 치면 ‘키보드 싸움’에서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

양상이 바뀐 건 르브론이 2016년 NBA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로 우승을 차지하고 난 뒤부터였다. 정규 시즌 성적이 73승 9패였던 워리어스는 마이클 조던의 72승 10패 시카고 불스 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르브론 제임스는 그런 워리어스를 상대로 마지막 세 경기에서 내리 3연승을 따내며 4대3으로 꺾었다.

르브론에게 필요했던 건 난관에 맞서며 승리하는 모습이었다. 고향을 버리고 따뜻한 바다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탕자’가 역대 최강팀을 상대로 만들었던 드라마. 우승하던 날 게시판은 ‘역시 릅신’으로 도배됐다. 이번엔 조롱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신’이었다.

‘릅신’은 그 뒤로 NBA 갤러리 뿐 아니라 네이버 스포츠 등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어졌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르브론 제임스는 그뒤 2020년 LA 레이커스에서 또 한번의 우승을 따내며 현역 선수 중에서는 비교 대상이 없게 됐다.

르브론은 이역만리 동양의 한 나라에서 본인이 신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모를 테다. 언젠가 내한한다면 ‘릅신’의 영어 버전인 ‘Leb-God’의 유래를 설명해주면 함박웃음을 짓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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