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갔던 NC와 두산, 올해는?..'공룡 군단'은 안도, '반달곰 군단'은 한숨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1. 1. 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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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성적표에 희비 엇갈리는 '名家' NC와 두산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나성범이 메이저리그 포스팅(공개 입찰)에 실패했다. 2021 시즌에도 그는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남게 됐다. NC 구단은 겉으로는 "아쉽게 됐다"며 나성범을 위로하고 있으나, 속마음까지 같을 리 없다. 지난해 창단 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일궈내며 집행검('리니지' 게임 속 최강 아이템)까지 뽑아들었던 공룡 군단이었다. 나성범의 팀 잔류가 그저 반가울 수밖에 없다. 

NC와는 달리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두산 베어스는 스토브리그 출혈이 만만찮다. 그럼에도 두산은 여전히 올 시즌 상위권으로 점쳐진다. 선수가 아닌 조직력의 팀이기 때문이다. 김현수(LG 트윈스),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양의지(NC) 등 팀 기둥들이 차례대로 팀을 등졌는데도 건재했던 반달곰 군단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맞대결을 펼쳤던 NC와 두산은 올 시즌에도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이미 명가의 반열에 오른 두산, 그리고 새로운 명가로 떠오르는 NC의 전력 변화는 다른 8개 구단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2020년 11월20일 한국시리즈 3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NC 이동욱 감독이 심판 판정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

지난해 우승팀 NC, 나성범 잔류 덕에 전력 '그대로'

나성범의 잔류로 NC 타선은 전력 유출이 없다. 작년 한국시리즈 라인업 그대로 생존해 있다. 스토브리그 동안 타선 보강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다. 나성범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NC는 두산에서 FA를 신청한 오재일의 영입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일찍 발을 뺐다. 35세인 오재일의 몸값이 예상 외로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오재일은 결국 거포가 필요했던 삼성 라이온즈와 4년 50억원에 계약했다. 애초 시장 예상 가격은 30억~40억원 선이었다. 

NC 타자 중 2루수 박민우는 도쿄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되고 대표팀에 뽑히면 시즌 뒤 이른 FA 자격을 얻는다. 국가대표팀으로 봉사한 일수가 FA 연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통산 타율에서 장효조(0.331)에 이어 역대 2위(0.330)에 올라 있는 박민우로서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시즌이다. 이는 물론 NC 타선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외국인 선수 계약에서도 NC는 비교적 순조로웠다. 작년 시즌 에이스였던 드류 루친스키(180만 달러), '공포의 8번 타자' 애런 알테어(140만 달러)와 재계약을 했다. 다만 마이크 라이트와는 작별했다. 라이트는 11승9패 평균자책점 4.68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지만 시즌 막판 당한 무릎 부상이 문제가 됐다. NC는 라이트를 대신해 웨스 파슨스(60만 달러)를 새롭게 영입했다. 

이동욱 NC 감독이 현재 가장 고민하는 포지션은 5선발이다. 작년 시즌을 치르면서 리그 왼손 에이스로 거듭난 구창모를 비롯해 루친스키, 파슨스, 송명기로 선발 네 자리는 채워진다. 5선발 후보로는 한때 팀 살림꾼이던 이재학과 김영규, 신민혁 등이 거론된다. 이 감독은 이재학이 나름 변화된 모습으로 옛날처럼 선발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이동욱 감독의 고민은 5선발 정도에 그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수단 구성 문제로 요즘 아주 골머리가 아프다. 단일 감독으로는 KBO리그 최초로 팀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었으나 이번 겨울만큼 고민이 컸던 적이 없다. 그만큼 선수단 변동이 심하다.

일단 두산은 주전 내야수 4명을 포함해 7명이 시즌 뒤 FA를 신청했다. 허경민(3루수), 오재일(1루수), 최주환(2루수), 김재호(유격수), 정수빈(중견수), 유희관(4선발 투수), 이용찬(마무리 투수) 등이 그들이다. 이 때문에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이슈는 두산이 얼마나 많은 FA 신청 선수를 팀에 잔류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모그룹의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아 구단 매각설까지 흘러나왔던 터다.

2020년 11월9일 플레이오프 1차전 kt와의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두산 김태형 감독이 마무리 투수 이영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준우승 멤버 중 4명이나 떠나…김태형 감독 '골머리'

두산은 허경민(4+3년 85억원), 김재호(3년 25억원), 정수빈(6년 56억원)은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들 셋에게만 무려 166억원을 쏟아부으면서 전력 약화를 최소화했다. 1월12일 현재 유희관과 이용찬의 계약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들 또한 구단에 남을 듯 보인다.

반면 오재일과 최주환(4년 42억원·SK)은 다른 팀으로 떠났다. 김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이들은 김재환, 호세 페르난데스와 함께 팀 장타를 책임졌던 중장거리 타자들이었다. 둘의 이적으로 두산 타선의 무게감은 확 줄었다. 최주환의 보상 선수로 데려온 2루수 강승호가 얼마만큼 해 줄지가 관건이다. 음주운전 뒤 구단에서 임의탈퇴 되며 2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던 강승호는 현재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두산의 선수 이탈은 비단 오재일·최주환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팀 1·2선발이던 라울 알칸타라(20승2패 평균자책점 2.54)와 크리스 플렉센(8승4패 평균자책점 3.01)이 각각 일본과 미국으로 갔다. 이들 대신 좌완 아이엘 미란다(80만 달러)와 우완 워커 로켓(100만 달러)을 새로 영입했는데, 이 둘의 활약에 따라 두산의 2021 시즌 희비가 갈릴 수 있다. 두산은 2019 시즌 뒤에도 원투펀치였던 조시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이적한 바 있다.

선수단 구성이나 전력을 떠나 두 팀의 색깔은 전혀 다르다. NC가 이동욱 감독의 '열린 리더십'에 더해 세밀하고 치밀한 데이터 야구를 한다면 두산은 김태형 감독의 뚝심 있는 리더십으로 선 굵은 야구를 한다. '곰탈여(곰의 탈을 쓴 여우)'로 불리는 김 감독은 "모든 책임은 결국 감독이 지는 것"이라며 선수단을 휘어잡지만, 이 감독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선수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두 감독 모두 나름의 방법으로 팀 전력의 최고치를 뽑아낸다.

2021 시즌 가장 큰 문제는 선수 부상 관리다. 올해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국내에서 스프링캠프가 열린다. 따뜻한 곳이 아닌 추운 곳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터라 선수단 부상이 제일 우려된다. 이 감독이나 김 감독 모두 이 점을 가장 걱정한다. 이 감독은 "부상자가 적게 나오게끔 팀을 유지해 가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소의 해, 디펜딩 챔피언 NC는 새로운 명가의 시대를 열까. 명가의 길을 걷던 두산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일까. 하나는 분명하다. 소처럼 우직하고 근면성실한 팀만이 최후의 왕좌에 오른다는 사실이다. 야구, 아무도 모른다. 올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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